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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Feb 22. 2019

쉽지않은 진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변호사 생활을 할수로 절실히 느끼는 말이다. 초짜 변호사 시절에는 모든 문제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애써찾은 실체가 허상에 가까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 진실규명의 어려움을 다시한번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 있었다. 바로 성인지감수성이라는 단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한 대법원 판결이 그것이다. 그 사건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는 이미 남편과 함께 자살했다. 그 사건에서 직접증거라고는 이미 자살한 여자가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조서뿐이었다. 대법원은 여자와 피고인의 진술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후 여자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무죄판결을 내렸던 2심을 유죄취지로 파기하였다.


대법원 판결문을 읽어보면 여자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대법원의 판단에 수긍이 간다. 그런데 또 판단을 달리한 2심 고등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여자의 진술 신빙성에 모순을 지적하는 판단 또한 어느정도 수긍이 간다. 솔직히 진실을 잘 모르겠다는 뜻이다. 법원 판사들도 실체규명이 쉽지 않으니 계속하여 판단이 바뀌었던 것 아니겠는가. 


실체 규명의 어려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찾아가는 곳인 법원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매년 초 사무분담에서 대부분의 판사들이 형사부에 배정되는 것을 기피한다. 또한 형사부 배석판사를 하면 다음 순번에는 업무부담이 덜한 곳으로 옮겨준다고 한다.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민사재판과 달리 참, 거짓을 가려 한 사람의 유, 무죄를 결정하는 형사사건의 부담감도 적지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며칠 전에는 안희정 전지사의 유죄판결로 세상이 한번 들썩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안전지사 부인이 본인 페이스북에 법원 판결 비판글을 올리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안 전지사가 불륜행위를 한 것인지 아니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행위를 한 것인지 문제를 두고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고 말좀 깨나 한다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누구말이 맞는것 같다고 하면서 거든다.


뉴스로만 사건을 접한 나는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과거 찾았던 수많은 실체가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진실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늘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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