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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Mar 06. 2019

편견과 악습에 맞서기

영화 그린북(green book)을 보고



과거 미국에는 그린북(green book)이라는 책자가 있었다고 한다. 흑인들이 여행하면서 출입가능한 식당과 숙소 등의 정보를 모아놓은 책이란다. 과거 미국은 흑인과 백인간의 인종차별이 있었고 흑인은 백인만을 위한 공간에 출입 자체가 금지되었다. 그린북은 그 당시 흑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을 배제하고 흑인이 이용가능한 숙박시설, 식당을 소개하면서 흑인들이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린북이라는 책의 존재가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처럼 생각되지만 1950년대에도 여전히 그린북은 효용가치가 있었다. 마틴 루터 킹 박사의 흑인인권운동 이후 법적으로 유색인종의 처우는 동등해졌지만 일상생활에서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같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출입하지 못하는 장소가 있었다는 사실이 현재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주말 그린북이라는 책과 동일한 제목의 영화를 보았다. 솔직히 말하면 영화를 보고 나서 과거 그린북의 존재를 알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영화 속 셜리는 유명한 천재 피아니스트이다. 토니는 셜리의 미국 남부 연주 투어 일정 수행을 위해 셜리에게 고용된 운전사이다. 여기까지는 특별한 것이 없는 조합이지만 이 영화에서 고용주인 셜리는 흑인이고 피용자인 토니는 백인이다. 셜리는 당시 흑인이 여행다니기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는 미국남부에 연주투어를 계획하였고 토니는 이러한 셜리를 위한 보디가드 역할을 맡은 것이다.




셜리의 운전사로 고용되기 전 토니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고 운전사로 고용된 후에도 토니와 셜리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셜리가 위험한 미국 남부에 연주투어를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가 드러난다. 



지금보면 말도 안되는 차별과 인권 유린이 과거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관습이자 암묵적인 규율이었다. 흑인이 손 댄 유리잔은 쓰레기통에 버렸졌으며 흑인과 접촉한 백인은 이를 대놓고 기분나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금이야 당시 백인들의 잔인한 태도와 야만성에 혀를 차면서 영화를 보게 되지만 당시에는 흑인을 보호하려는 백인이 오히려 튀는 사람이었다. 현재에도 이러한 편견과 차별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성소수자, 학벌, 한부모 가정 등의 요소들은 공공연하게 우리가 편견을 갖게 되는 것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나고 보면 편견과 차별은 결정적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편견과 차별요인들이 반박할 수 없는 확고한 진리라고 생각한 것은 오해이다. 편견과 차별은 조금만 지나면 사회에서 발 디딜 틈이 없어지게 되고 자연히 과거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시대에 뒤떨러진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편견과 악습에 편승하는 것보다 편견과 악습을 깨트리려고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린북이라는 영화는 보면서 나 스스로 나쁜 관행에 묻어가는 못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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