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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Oct 31. 2018

들어갈 때와 나갈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아침 일찍 종합병원을 갔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은 갈 때마다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정형외과인데 정형외과를 가려면 반드시 소아청소년과를 지나쳐야 한다. 종합병원인 까닭에 그곳에는 중증의 어린 아이들이 의사의 진료를 위해 모여있고 종일 여기저기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아픈 아이들이 많은가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다 보면 기분은 더욱 더 침통해진다. 그 상태에서 대기의자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다 보면 오로지 빨리 진료를 마치고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내가 병원에 오게 된 이유는 지난여름 수술을 한 발목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수술을 8월 한여름에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재활 과정에서도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약 2달의 기간 동안 깁스와 목발에 의지하여 생활하였다. 재활과정에서 내내 다짐했다. 깁스를 풀고 목발만 짚지 않게 되면 재활훈련을 열심히 하겠노라고 말이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의사선생님은 미리 찍어놓은 X-ray와 발목 상태를 확인하신 후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재활 훈련이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핀잔을 주었다. 내 스스로 지난 몇 달 간을 돌아보니 어느 정도 걷게 된 순간부터는 마음을 놓고 재활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술 전후에는 나아지기만 하면 매일매일 재활훈련을 열심히 하고 원래 상태대로 발목을 되돌려 놓겠다는 굳은 다짐을 스스로 하였다. 그러한 다짐도 정작 수술을 하고 발목이 괜찮아지고 나니 이미 잊어 버린지 오래였다. 내 몸 하나 내 맘대로 하지 못하는데 무슨 일을 내 맘대로 할 수 있겠나 싶어 심히 내 스스로 자책이 되었다.   


  

의사에게 질책을 듣고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소아청소년과 앞을 지나게 되었다. 약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혼나고 있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진료 보고를 하였고 역시 한바탕 구박을 들었다. 평소 같으면 서운하기도 했겠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니 그저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넘기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렇게 병원에 대한 나쁜 에피소드 하나가 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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