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타성
급변의 시기가 되면 모든 것이 바뀐다. 주변환경부터 동료들까지. 그동안의 순위나 실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새로운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들은 승리자가 되지만 이전에 아무리 엄청난 실적을 자랑하던 기업이나 개인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경쟁에서 뒤쳐진다면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우리는 그동안 부귀영화를 누리던 수많은 거대기업들의 몰락을 지켜봐왔다. 그것은 비단 노키아, GM 등의 해외 기업 뿐만이 아니다. 쌍용, 금호 등의 기업의 경우 한때는 우리나라 10대 기업 순위에 항상 포함되는 단골 기업들이었다. 이러한 승승장구했던 기업들이 갑자기 급격히 몰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몰락이유를 전략적 변곡점에서의 대응 실패로 꼽는다. 이 책의 저자는 앤디그로브라는 사람이다. 앤디 그로브는 1975년부터 인텔사의 경영자 지위에 올라 25년이 넘는 기간동안 인텔사를 세계 최고의 반도체회사 위치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저자는 메모리칩 제조회사였던 인텔사가 일본회사들과의 경쟁속에서 마이크로칩 제조회사로 변모함에 따라 전략적 변곡점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적 변곡점에서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전략적 변곡점은 '사업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시점'이다. 과거 전례없는 대규모의 변화 즉 전략적 변곡점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방법들은 전혀 소용이 없게된다.
결국 기업의 경영자는 전략적 변곡점이 오기 이전에 미리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전략적 변곡점의 전조를 알아차리고 이러한 변화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변곡점의 어떻게 알아차릴수 있을까? 만약 전략적 변곡점에 해당하는 급격한 변화가 기존의 방식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과연 기존의 사고만으로 새로운 전략적 변곡점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결국 전략적 변곡점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기업 내에서의 격렬한 논쟁과 그동안의 관찰을 통한 경영자의 직관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일단 다가오는 변화가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기업는 전략적 변곡점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는 혼돈의 상황에서 기업이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경영자는 기업 내에서 혼돈을 스스로 창조해야 한다고 한다. 기존의 기업의 자원들을 재분배하고 새로운 방식에 따라 직원들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임원이 있다면 단호하게 이를 정리해야 한다고 한다. 전략적 변곡점을 통과하는 것은, 과거에서부터 미래까지 당신 회사의 근본적인 변형을 의미하는데 단순한 회사 내의 조그만한 변화만으로는 이를 헤쳐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급변하는 시기에 스스로 혼돈을 창조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라는 것은 엄청난 위험성을 수반하는 모험이다. 만약 새로운 변화의 방향이 옳지 않다면 회사는 즉시 다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게 여러방향에 걸쳐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나은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전략적 변곡점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양다리를 걸치거나 여러방향을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집중력을 약해지게 하는데 이렇게 약해진 집중력으로는 새로운 환경에서 쫓아오는 경쟁자를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집중하지 않음으로서 회사는 더욱더 몰락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결국 전략적 변곡점에서 경영자는 그동안의 자료 및 관찰을 통한 논쟁과 토론을 통해 회사를 전혀 새로운 하나의 방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어떤 강의에서 이 책과 비슷한 논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실패도 사람들의 발목을 잡지만 성공은 더욱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과거 달콤한 성공의 기억때문에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과거 문법으로 대처함으로서 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도 언급한 '성공의 타성'일 것이다. 성공은 과거의 일이고 전략적 변곡점은 미래의 일이다. 성공의 과거를 잊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전략적 변곡점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지체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