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의 헌법불합치 선고
1. 지난 4월 형법상 낙태죄 처벌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형법상 낙태죄 처벌조항은 임신한 여성이 자기낙태를 하는 행위, 임신한 여성의 승탁을 얻어 의사가 낙태를 하는 행위를 몇가지 예외규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낙태죄 조항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았지만 고소, 고발이 되는 경우 처벌규정이 존재함으로 인해 종종 낙태죄로 기소되어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을 묻는 경우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2. 지난 2012년에도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바 있었는데 그때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합헌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번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는 경우,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얻어 의사가 낙태하는 행위에 관한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습니다.
3. 헌법불합치 선고도 위헌선고의 일종입니다. 위헌선고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즉시 그 처벌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것이고 헌법불합치 선고는 즉시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때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선고를 한 후 입법자로 하여금 개선입법을 할 때까지 잠정적으로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4.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낙태죄가 임신기간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낙태행위를 처벌함으로서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것입니다. 즉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에서 임신 초기에는 산모가 임신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5. 헌법재판소가 여러차례 낙태처벌조항의 위헌여부를 심리할 때부터 이 조항이 지나치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소득이 불안정한 경우, 양육이 불가능한 경우, 원하지 않는 임신이 된 경우 등 아이를 원치않는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낙태죄 처벌조항이나 모자보건법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들을 예외사유로 정하지 않고 있어 지나치게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6. 또한 과거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성별에 따른 낙태를 하던 때와 달라진 현실도 낙태죄의 존립근거를 약화시킵니다. 불과 90년 대만 하더라도 태아의 성별에 따라 남자아이가 아니면 낙태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들을 낳기 위해 낙태를 하는 경우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7.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하는 상황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형평을 맞춰보자는 것입니다. 당위성만을 강조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낙태행위를 극히 제한하는 것은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오로지 산모에게만 전가시키는 무책임이라는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2019. 6. 13.
변호사 문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