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작성시 주의할 점
김씨는 이씨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하였다. 김씨는 아파트를 산 후 소위 갭투자를 하여 아파트에 전세를 놓으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을 매도인인 이씨는 잘 알고 있었고 김씨와 이씨는 아파트 매매잔금을 김씨가 임차인으로부터 아파트에 대한 전세보증금이 받게되면 그 때 지급하기로 구두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씨는 김씨에게 잔금일자를 전혀 정하지 않는 것은 매도인에게 너무 불리하므로 형식적으로 계약서에 잔금일자를 기입하고 잔금지급시기는 서로 협의하에 변경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기입하였다.
그런데 이후 매도인 이씨는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김씨에 대하여 잔금지급시기가 도과하였으니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김씨는 이씨에게 매매계약의 유효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처분문서의 법률적인 의미는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적 행위가 문서 그 자체에 의하여 이루어진 문서를 말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처분문서는 당사자들간의 합의내용을 적어놓은 문서들을 의미하는데 계약서, 각서, 합의서, 약정서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문서들에는 각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을 모두 기재한 다음 쌍방이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하게 됩니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이러한 처분문서가 존재하는 경우 찍힌 도장이나 서명이 쌍방 당사자들의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해당 문서에 담겨있는 기재내용 전부를 당사자들이 합의한 내용이라고 추정합니다. 다시 말해 만약 계약서 등에 내용을 기재하고 그 문서에 쌍방이 도장을 찍거나 서명을 하였다면 계약서에 적힌 내용 모두는 사실이라고 추정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위 매매계약 사례와 달리 처분문서와 관련하여 이러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A씨는 B씨에게 1억원의 사업자금을 투자하였습니다. B씨는 A씨에게 적어도 투자원금은 보장해 주겠다고 하였고 쌍방간에 B씨가 투자한 1억 원에 대해 적어도 원금은 보장해 주는 것으로합의하였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상에는 원금보장에 대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투자약정서라는 제목하에 투자금 명목으로돈을 빌려주었다는 내용들만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원칙적으로 계약서 등의 처분문서가 존재하는 경우 문서의 쌍방 당사자들은 계약서 등의 내용와 다른 사실을 주장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위 사례들에서 김씨는 계약서상의 잔금일자가 아닌 다른 날짜를 잔금지급시기로 주장하지 못하고 A씨는 B씨에게 투자원금을 돌려주라는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 계약서상에는 김씨와 A씨가 주장하는 사실이 기재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몇가지의 경우 계약서나 약정서 상의 내용을 부인할 수 있는데 크게 계약서 등이 위조되었다고 하면서 계약서 자체의 효력을 부인하거나 계약서 외에 당사자들간의 다른 합의가 존재한다는 추가적인 합의의 존재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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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약서 등 위조 주장의 경우에는 이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은 계약서 등이 진정한 문서라는 주장을 할 것인데 계약서 등의 위조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문서를 감정한다든지 문서위조죄로 상대방을 형사고소하는 방법으로 계약서 등의 위조 여부를 밝혀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계약서 외에 다른 합의 내용의 존재사실 역시 둘 사이의 내부적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부인하는 경우 이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매매계약과 투자약정의 경우 계약서 자체는 쌍방 당사자들 간에 실제로 작성한 진정한 문서에 해당하므로 김씨와 A씨는 쌍방간 계약서와는 다른 별도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계약서 등의 처분문서를 작성할 때는 분쟁이 발생했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여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당사자간에 합의한 내용이 아닌 것은 단지 형식적이라고 하더라도 처분문서에 함부로 기재해서는 안되며 만약 둘 사이의 계약서 상의 내용과 다른 별도의 합의내용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추가합의내용 역시 반드시 계약서 등의 처분문서를 통해 이를 확보해 놓아야 합니다. 추후에 계약과 관련하여 분쟁이 생겼을 때 거의 모든 것은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것은 명심하고 계약서 등의 도장 날인과 서명을 하는 것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 문석주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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