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갚지않는 채무자에게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
김씨는 부동산 회사 직원으로 월급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했고 별다른 재산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김씨는 이씨로부터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5,000만 원을 3개월만 빌려 달라고 요청하면서 선이자를 15% 지급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이씨는 5,000만 원에서 15%의 선이자를 뗀 4,250만 원을 김씨에게 빌려주었다. 대여계약을 체결할 당시 김씨는 대여금 채무의
담보를 위해 A를 연대채무자로, B를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다. 그런데 이후 김씨는 이씨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 알고보니 이씨는 김씨로부터 빌린 돈을 부동산 투자 명목이 아닌 자신의 개인 채무를 갚는 데에 사용하였던 것이었다. 이에 김씨는 이씨에게 대여금 반환소송을 하는 동시에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돈을 갚은 의사가 전혀 없었거나 이미 채무가 가진 재산보다 많아서 채무를 갚은 능력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거짓말을 하여 돈을 빌릴 경우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즉 사기죄의 성립 판단시기는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못한 때가 아니라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가 기준이 됩니다. 결국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빌린 돈을 전혀 갚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돈을 빌릴 당시에 채무자로서는 돈을 갚을 의사가 있었고 이를 갚을 만한 능력이 있었다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만약 채무자가 실제 차용한 금전의 용도에 대해 고지하였을 경우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사정이 있었다면 진실에 반하는 용도를 고지하여 돈을 빌린 채무자는 사기죄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고지한 대로 빌린 돈을 정당하게 목적에 맞게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업이 실패하거나 갑자기 사정이 악화되어 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면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민사상의 채무 불이행 책임은 질지언정 채권자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만약 사례와 같이 대여계약 당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서 대여금에 관한 연대채무자와 연대보증인을 통해 채무 보증을 하였다거나 담보를 제공하였다면 이를 통해 충분히 대여금 확보가 가능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판례에 따르면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함에 있어서 그 차용한 금전의 용도나 변제할 자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사실대로 고지하였더라면 상대방이 응하지 않았을 경우에 그 용도나 변제자금의 마련방법에 관하여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고지하여 금전을 교부받은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고 이 경우 차용금채무에 대한 담보를 제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결론을 달리 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5. 9. 15. 선고 2003도5382 판결,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2도1101판결)라고 판시하면서 채무자가 보증인이나 물적담보를 제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의 성립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한 바 있습니다.
즉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채권자에게 고지한 용도대로 돈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돈을 사용하였다면 비록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채무자에게는 사기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위 사례에서도 김씨는 이씨에게 투자명목으로 돈을 빌린다음 이를 개인적인 채무 변제 명목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비록 김씨가 A씨와 B씨를 연대채무자나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결국 대여금을 교부하고도 돈을 변제받지 못한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민사소송을 통해 대여금 지급청구를 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대여금 변제의 압박수단으로 사기죄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이상 문석주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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