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이 문제되는 경우
Q :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중 급격한 병세 악화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병실에서 다른 상속인들이 변호사와 증인을 입회시킨 후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변호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 유언취지를 확인하여 물어보면 "음", "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장을 작성하였습니다.
이틀 후 아버지가 사망하였고 법원에 구수유언장에 대한 검인청구를 하여 검인절차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유언장에는 당시 병실에 있었던 공동상속인 중 1인에 대해서 모든 상속재산을 상속시키고 나머지 공동상속인에게는 재산을 상속시키지 않는 취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아버지가 유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 말한 것만으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이 인정되는 것일까요?
유언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민법 제1070조에 의하면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유언방식을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라고 합니다.
즉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다른 방식으로 유언을 남기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언자의 음성만으로 유언의 효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므로 그 유언의 방식이 엄격히 지켜져야 합니다. 만약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다면 그것은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되더라도 무효에 해당합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대법원 2004. 11. 11. 선고 2004다35533 판결,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다른 유언방식에 의해 유언을 하지 못하는 급박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유효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결국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 당시 유언자는 온전한 상태가 아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든 유언 내용을 일일히 유언자가 구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유언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유언자에게 어느 정도의 구수가 필요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70조 소정의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즉 유언자가 미리 작성해 놓은 것이 아니라 제3자에 의해 작성된 서면을 제3자가 구수하고 유언자가 이에 대해 간단한 답변을 하는 것만으로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적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만약 유언의 내용이 유언자에 의해 미리 작성되었고 그 유언 내용이 일반인의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유언자가 모든 내용을 구수하지 못하였고 유언의 대략의 취지만을 답변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그 유언의 효력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와 달리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내용이 유언 당시 제3자에 의해 작성되었고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이면서도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을 제대로 구술하지 않았다면 이러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그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방식의 경우에는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방식에 비해 조금 완화하여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므로(공증인이 유언의 취지를 작성하고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여 유언자의 진의를 확인한 경우 그 유언공정증서는 유효한 것으로 봄, 대법원 2008. 8. 11. 선고 2008다1712 판결) 유언장의 보다 확실한 효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좋고 최후적인 수단으로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방식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작성되지 않았거나 법에서 정하고 있는 유언의 방식과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면 다른 공동상속인들은 법원에 유언집행자 또는 다른 공동상속인들을 상대로 유언의 무효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언무효소송은 유언검인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도 가능한 것이며 유언에 따라 이미 상속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라면 유언무효확인이 아닌 실제 유언의 취지에 따라 등기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상 문석주 변호사였습니다.
2021. 6. 22.
문석주 변호사
!법률사무소 솔루션 상담방법!
https://blog.naver.com/withyoulawyer/221491751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