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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Sep 06. 2017

사상의 공산주의를 극복하자

마광수 교수 별세에 즈음하여

사상의 자유시장론이라고 불리는 이론이 있다. 미국에서 발전한 논의로서 어떤 생각과 의견을 공개된 시장에 모두 개방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환경 아래 전혀 다른 주장 및 해석과 다투도록 놓아두면 치열한 다툼 끝에 결국 더 나은 의견이 승리할 것이라는 논리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사상의 자유시장론의 취지를 여러 판결문들에서 언급한 바 있다.

                                          

자유로운 견해의 개진과 공개된 토론과정에서 다소 잘못되거나 과장된 표현은 피할 수 없다. 무릇 표현의 자유에는 그것이 생존함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있어야 하므로 진실에의 부합 여부는 표현의 전체적인 취지가 중시되어야 하는 것이고 세부적인 문제에 있어서까지 완전히 객관적 진실과 일치할 것이 요구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사상의 공산주의가 팽배해있다. 그 단적인 예가 마광수 교수의 필화 사건이었다. 마광수 교수는 1992년 본인의 소설질인 '즐거운 사라'가 음란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속되었고 법원에서 최종 실형을 선고받았다. 책이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일반인의 건전한 성의식을 심각하게 왜곡한다는 이유였다.

최근 마광수 교수의 사망에 즈음하여 곳곳에서 마광수 교수를 애도하고 추모하고 있다. 앞다투어 과거 필화사건에 대한 판결을 비판하며 고인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심지어는 확인되지 않은 미담들까지 생산하고 있다. 한 술 더떠 마광수 교수가 박사논문을 받은 윤동주의 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누구도 마광수 교수를 욕하지 않는다.

그런데 1992년 당시 대부분의 언론과 시민들 심지어는 전문가들조차 모두 입만 열면 마광수 교수를 욕하기 바빴다. 마광수 교수에 대해 쓰레기같은 소설을 쓴 자는 소설가로 부를 가치조차 없다라고 폄하하기도 하였다. 당시 마광수 교수를 자주 입에 올리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심지어 최근까지도 마광수 교수는 철저히 혼자였다. '즐거운 사라'라는 책은 아직 출판금지 상태이고 필화사건 이후에도 마광수 교수는 음란작가로 낙인찍혀 동료들 및 대중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고인은 지난해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불러주질 않아 그냥 집에서 지낸다."라면서 "우울하다", "서운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현재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 중 하나는 구글이다. 구글은 모든 제품이나 플랫폼에 있어 항상 개방성을 추구한다. 구글의 CEO인 에릭 슈미트는 ‘구글의 혁신전략’에서 '폐쇄보다는 공개를 기본으로 설정하라. 혁신을 추진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개방이다.' 라고 언급한 바 있다. 모든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논쟁하면 사회에 해를 끼치거나 비논리적인 의견들은 자연히 도태되기 마련이다. 서로 경쟁하고 토론하면서 점점 의견들은 성숙하고 심화된다. 어느 누구도 논쟁과 토론없이는 사상과 의견의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없다.

단지 몇몇 전문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 의해서 정제된 논리와 의견들만을 대중들에게 배포해야 한다는 생각은 대중들을 유아적인 관점에서 보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걸러진 사상들만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극히 일부의 입맛에만 맞는 편협하고 고립된 세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러한 사회는 썩고 도태된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도  "지나친 금욕은 흔히 광신의 온상이 된다. 금욕 생활로 몸은 수척해지지만 상상력은 오히려 활발해 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정의라고 믿고, 자신이 믿는 것은 모두 신의 계시라고 확신하게 된다."라고 하면서 로마의 멸망 이유를 무신론과 지나친 금욕주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사상의 공산주의 현상은 비단 1992년의 일만이 아니다. 2017년 현재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제국의 위안부'의 저자 박유하 교수는 현재 검찰에 기소되어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다.(다만 박유하 교수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출판물이나 예술품에 대하여 법적 잣대를 들이댄 사건들은 하나같이 몇 년 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더이상 100명 중 99명이 반대하는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 다수가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사상이나 의견에 문제가 있다면 공개시장에서의 건전한 비판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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