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이재명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라이브로 하겠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내심 기대했다. 지지율이 다자구도에서 50%가 나오는 여론 조사도 있는 마당에, 설마 파기환송을 시키려고 라이브를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일반 시민 눈에 보기에는 이재명 후보는 기득권 축에 속한 사람이니까. 비록 어린 시절이 어려웠을 지언정, 본인이 극복해낸 사람이지 않나. 미안하지만, 그 재산도 평균보다는 많다. 게다가 악의적 프레임 씌우기의 결과라는 것이 이미 충분히 밝혀졌고, 2심 판결문이 제법 반박하기 어려울 만큼이나 잘 쓰여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는 이재명 후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아니, 드루킹 사건을 비롯해 오히려 악의적인 이미지로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에서 계속해서 이재명 후보를 수사하겠다고 하니, 궁금한 것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죽이지 못해서 안달인가? 사법 살인의 대상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조국 전 대표를 봐서 알고 있었으므로 유구하게 이어져 오던 그 죽음의 시도가 왜 일어나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그때부터 재판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만하면 나는 검찰에게 사기를 당한 셈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안귀령 지역위원장이 맡고 있는 도봉구 지역과 가깝다. 그래서 춡퇴근 길이나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가끔 길가에서 그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플랜카드를 본다. 볼 때마다 생각한다. 다음에는 지역구 의원이 되겠구나, 라고. 그 모든 것도 사실은 윤석열이 일으킨 내란의 그 12월 3일 밤, 국회를 지키기 위해 총구 앞을 막아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 순간 덕분이 있을 테다. 이처럼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키며 많은 이들에게 정치적 서사를 부여해주었는데, 그중 가장 큰 서사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라이브 방송을 켜고 국회로 달려왔다. 그 영상을 보면 옆에서 운전해 주던 그의 아내, 김혜경 여사가 울고 있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그 심정은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절대 모를 것이다. 그날 그 영상을 보고 여의도로 뛰어온 사람들이 내란을 막은 거다. 그리고 2차 계엄이니 3차 계엄이니 하는 말이 나오던 때, 민주당은 빠르게 움직여 그 모든 것들을 막아냈다. 탄핵 가결, 그리고 탄핵 인용.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해냈다. 그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게는 위기 상황에서 빛나는 지도력이라는 타이틀이 안겨졌다. 어쩌겠는가, 이제 하늘이 두쪽이 나도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이 되게 생겼다.
그랬더니 별안간 30일 남짓한 시간 만에 대법원이 최종심 결론을 내겠단다. 그래놓고 파기환송을 했다. 이 상황은 단순히 이재명 재판이 왜 이렇게 졸속이냐, 라고 하는 문제로도 이어졌지만 "유권자인 나의 투표권이 침해당했다"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른바 한을 먹인 거다. 투표한 적도 없는 대통령 덕분에 3년을 내리 데모하러 다니던 나는, 소위 말하는 한을 먹었다. 정말 어떻게든 꼭 끌어내리겠노라고. 박근혜는 끌어내려졌고, 난 이후에도 내가 뽑은 사람이 되지 않은 선거가 없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우리 고향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당 인사가 시장이 되는 지선을 거쳐 인천으로 지역구를 옮긴 뒤에는 줄곧 민주당이 승리하는 지역구에만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내가 후보를 뽑을 권리마저 대법원이 박탈해? 라는 감정이 들면 그때부터는 돌이킬 수 없어진다. '조희대'를 추천인 이름에 쓰고 민주당원으로 가입하는 사람이 제주도에서만 11배가 늘었단다.
많은 사람들은 헌법 재판소와의 알력 다툼이다, 헌법 재판소의 위상이 지나치게 높아졌으므로 우리가 그래도 최고 법원이라는 존재감을 어필하고 싶었을 것이다, 등등 라이브 영상 송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한다. 뭐 그게 정답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주목하고 싶은 건, 그가 '이재명의 일을 내 일로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이만하면 선거의 숨은 공신이다. 반드시 그가 대통령이 되어 새 나라에서는 부역자를 모두 발본색원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본다. 승리하는 선거, 승리하는 정부를 맞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