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를 이해하는 마음이 혐오를 이길 수 있도록

제21대 대선 후보 '권영국'에게 쏟아진 후원금에 담긴 마음

by 에이
문형배 재판관.png 윤석열 탄핵 선고문형배 재판관이 탄핵을 선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 헌법재판소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 당시 헌법재판소장 대행을 맡고 있던 문형배 재판관의 입을 통해 선고된 주문(主文)이다. 이 한 마디를 듣기 위해 2024년 12월 3일부터 거의 5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사람들은 광장으로 나갔다.


그중 첫 2주는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위해서였다. 당시 사람들은 "탄핵 표결에 참여하라"며 범야권 의원들이 여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부를 때 함께 외쳤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면서, "반대 표를 던져도 좋으니 제발 참여하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이것이 그들을 국회의원 자리에 올려준 시민들이 애원까지 하며 할 말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논할 정신도 없었다.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 외에는 국민의힘 의원 중 첫 번째 탄핵 표결에 참여한 의원은 없었다. 간절한 애원에 화답한 의원이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던 셈이다. 모두가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힌 의원이었음에도 말이다.


이후에는 조경태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이 탄핵에 찬성할 것을 시사했으나 부결도 아닌 투표 불성립에 대한 시민들의 충격은 대단했을 것이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 누군가는 목숨을 달리는 마차에 내던져 얻고자 했던 그 권리를 너무 쉽게 내다 버린 이들에 대한 실망은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리기에 족했다.


두 번째 주에도 사람들은 모였다. 혹시, 또 투표 불성립이 되는 건 아닐까, 부결되어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을 저 자리에 계속 두게 되는 건 아닐까 염려하는 마음들이 하나씩 광화문에 모였고 올 수 없는 사람 중 여건이 허락하는 사람은 선결제로 마음을 보탰다. 서울과 인근 경기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자신, 혹은 자신의 지인,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동료, 가족 등이 이 자리에 나가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파가 여의도에 모였다.


그때 여의도는 유달리 더 추웠을 것이다. 건물이 높고 사이 길이 좁아 바람이 몰아치는 구조를 가진 땅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추위에 떨게 했다. 그러나 추웠던 날씨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것이 시작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2016년 국정 농단 사태를 지나며 2017년 장미 대선이 있기까지 지난한 탄핵 선고의 터널을 지나본 적이 있다. 언제 결론에 도달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열차에 올라탔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길고 지난할까. 그렇게 약 4개월 반이 흘렀고, 탄핵을 이끌어냈고, 약 60일 간의 대통령 선거를 위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문재인 대통령.jpg 문재인 전 대통령 SNS 게시글문재인 전 대통령이 6월 3일 당시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게시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2016년 '어대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뜻이다.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 후보나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후보가 당선이 될 확률은 극히 낮았다. 실제로 결과도 그랬다. 사실상 3파전과 다름없는 대선에서 40%를 웃도는 득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선되었다.


이번에도 '어대명'이란 말이 돌았고,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적었다. 어떻게든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만 부단히 있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있었고, 각종 암살 시도와 제보가 잇따랐다. 방검복을 입어야만 유세 현장에 나갈 수 있고, 방탄 유리 앞으로 나오는 후보를 뒤로 밀어 보내는 지지자의 마음이 모여 2025년 6월 3일, 우리는 21대 대선을 치르고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를 시작하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png 21대 대선 정당 및 후보자별 선거비용 지출액 등 현황21대 대선 정당 및 후보자별 선거비용 지출액 및 후원액 현황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리고 어제(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21대 대선 정당 및 후보자별 선거비용 지출액 등 현황표가 공개되었다. 여기에는 선거비용 지출액과 함께 후원금 모금액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비용 지출액이 모두 선거비용제한액과 실제 사용액을 비교해 보았을 때 그 규모가 100% 이내이기 때문에 전액 보전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모금되었던 후원액 중 가장 고액을 기록한 건 이재명 당시 후보였다. 2,931,000,000원이다. 정당의 규모를 따지자면 그 다음은 국민의힘, 그 다음은 개혁신당이 되어야할 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다음은 전체 유효 득표율 중에서 1%도 기록하지 못한 민주노동당의 권영국 후보였다. 그는 2,219,000,000원이라는 높은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에게는 자신이 선거를 뛰며 사용한 선거비용의 2배가 넘는 금액이 후원금으로 모인 것이다. 원내 제2 정당인 국민의힘 모금액은 공개된 표에 의하면 4위, 그마저도 다섯 번째 순위인 황교안 후보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선거비용을 보전하는 내용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던 선거를 완주하고 15%가 넘으면 전액, 10%가 넘으면 반액을 보장하는 공직선거법 제122조의 2에 따른 내용이다. 위 법률에 따라 개혁신당은 완주했음에도 10%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 탓에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은 여기에 관심을 쏟는다. 이준석 후보가 대선 기간 동안 숱한 여론 조사에서 10% 이상의 수치를 보여줬던 탓일 테다. 어쨌든 그럼에도 10%를 넘지 못하면서 후원금으로 충당한 금액을 제하더라도 상당 금액을 감당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각에 제시하는, 이것이 얼마나 통쾌한 일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논하고 싶지 않다.


정말 눈길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권영국 후보에게 모인 금액이다. 민주노동당은 원외 정당으로, 원내에 의원이 하나도 없다. 권영국 후보의 득표율도 1%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의 행보에 주목해 돈을 모았다. 대선 후보라는 공인의 자리에서 권영국 후보가 외쳤던 소수자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후원금으로 화답했다. 그중에서는 권영국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었지만 주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테고, 처음부터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마음이었던 사람, 이도저도 아니지만 그 의제에 힘을 보태고 싶은 사람 등이 섞여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명백한 숫자로 남은 이 후원금 모금 집계는 소수자의 의제에 관심을 두겠다는 시민의 의사가 표현된 것이라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정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매 순간, 모든 현장에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내 말을 대신 해줄 사람을 찾는다. 그것은 원내에 있는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2016-17년에도 광장은 있었다. 그리고 2024-25 광장에서,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가는 방법을 알았다. 정치는 매 순간 타협과 협상의 과정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당은 자신을 지지할 사람들을 찾는다. 이때까지의 정치는 그 공당에 속해서,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뽑고, 세우고, 의견을 대신 표명하게 했다. 필요하다면 개인이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 과정이 건강한 것만도 우리 사회에는 큰 희망일 테다. 이와 더불어 광장에서, 후원금 모금액의 결과는 공유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다면, 전혀 다른 정당에 속해 있어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8% 남짓한 득표율 탓에 선거비를 오전히 보전받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보다, 1%도 득표하지 못한 후보에게 쏟아진 두 번째로 많았던 정치 후원금.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대중을 대변하는 공당이라면, 이 숫자에도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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