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계약하기 전 확인해야 할 것들은 정말 많다.
1. 월세 계약 전 고려해야 하는 예산의 종류
(1) 보증금: 보증금은 월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묶여 있는 돈을 말한다. 묶여 있는 돈이니 당연히 어디 쓸 수도 없고, 이 집에서 이사 나갈 때 이 돈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집 같은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단기 임대를 제외하고는 최소한 1000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 대학가를 중심으로는 500만 원 내외로도 충분히 구할 수 있지만,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집 컨디션이 어느 정도 괜찮고 역과의 거리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0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이보다 적은 보증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집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발품을 정말 많이 팔아야 하므로 시간이 정말 많이 든다. 물론, 인천이나 경기 지역에는 500만 원 미만 집 중에서도 괜찮은 컨디션의 집이 많긴 하다.
(2) 월세: 월세는 고정적으로 매달 최소한 이 만큼은 나간다는 것을 가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월급에서 15% 내외를 월세로 책정하라고 하지만, 서울에서는 그렇게 살았다간 원룸을 벗어나기가 힘들 테다. 보통은 20~25% 정도가 된다. 적정 금액은 개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뭐가 적정 금액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게다가 월급도 이직이나 이런 문제로 충분히 유동적이게 바뀔 수 있지 않나. 그러므로 차라리 금액적으로 명확한 상한선을 잡아두는 게 차라리 더 낫다. 대부분의 월세는 후불이지만, 단기 월세 등 월세가 밀렸을 때 차감할 금액이 없는 경우에는 선불로 받기도 한다.
(3) 관리비
기본 관리비: 기본 관리비는 내가 어떤 건축물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는 기본 관리비가 15만 원 정도인 곳이 많다. 이 15만 원 안에는 말 그대로 건물 관리비만 포함된다. 건물 청소 비용, 관리사무소 운영 비용, 엘리베이터 등을 운행하기 위한 전기세 등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경비원이 상주하는 건물은 아무리 다세대가 살아도 최소한 10만 원 이상이 기본 관리비에 포함된다. 기본 관리비가 전혀 없는 집에 살아 봤는데, 이 기본 관리비가 10만 원 이상 나오는 곳은 적어도 안전하다는 데에서 안전 비용으로 지불할 생각이 있다면 아까운 돈은 아니다. 그렇다면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의 경우는 어떨까. 이건 주인 마음이다. 똑같은 컨디션의 빌라였지만, 어떤 데는 한 달에 만 원, 어떤 데는 한 달에 삼만 오천 원을 달라고 한다. 빌라의 경우에는 반드시 사전에 부동산을 통해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이것도 월세랑 똑같이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돈이니까. 드물게 관리비 안에 인터넷/TV 회선 비용이 포함된 경우가 있다. 이것도 확인해 봐야 하지만, 경험상 거의 없었다.
개별 관리비: 개별 관리비는 내가 사용한 만큼 나오기 때문에 유동적이다. 보통 개별 관리비에는 전기세, 가스비(심야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기세에 포함된다), 인터넷/TV 회선 비용, 수도세 정도가 있다. 어려울 게 없다. 정말 사용하는 만큼 나온다. 여름에는 전기세가 많이 나오고, 겨울에는 가스비가 많이 나온다. 세탁기 자주 돌리면 전기세랑 수도세가 많이 나온다. 당연한 이치기 때문에 이건 어디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 다만,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평균 사용량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이건 건물에 물어보면 확인해 주는 경우가 있다.
주차비: 이것도 건물마다 다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보통 1대를 무료로 주차하게 해 주는데,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 타워를 운영하는 곳은 1대부터 돈을 받기도 한다. 빌라는 거의 무조건 받는다. 안 받는 곳이 거의 없다. 안 받는 곳을 찾았다면, 거긴 빨리 나갈 확률이 높다. 신사부터 강남 라인까지 빌라는 대부분 1대당 가격을 책정하는데, 보통 10만 원 내외를 받았다(날강도새끼들). 이외의 지역은 3~5만원까지 다양했으며, 코리빙도 브랜드마다 다르다.
(4) 그러므로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돈은 [월세 + 기본 관리비 + 개별 관리비]로 생각하고 월급의 전체 비중에서 얼마나 되는지를 가늠해 보아야 한다. 주변 시세에 비해 월세가 지나치게 싼 곳은 보통 기본 관리비가 높거나, 개별 관리비에 별의 별 항목이 다 포함되어 전부 합쳤을 때 비용은 비슷할 확률이 높다.
2.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
(1) 처음 자취를 결정한 사람은 육각형의 집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집은 없다. 역과 가까우면 월세가 비싸고 보증금이 높고, 안전하면 기본 관리비가 미친 수준으로 나온다. 그러므로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자신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나눠 정해야 한다.
(2) 곰팡이와의 전쟁을 해 본 사람은 절대 채광을 포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언덕에 지어진 집에 살아서 매일 산을 타더라도 채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긴다. 곰팡이는 보통 생기면 사라지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요한다. 월세보다 더 큰 금액을 곰팡이 제거에 쓸 수도 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포기할 수 없는 것에 채광은 포함되는 편이다. 그 다음에는 아침에 해가 들게 할 것인지, 저녁에 해가 들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아묻따 남향이 최고는 아니다. 학원 강사 시절 남향 집에서 살면서 매일을 구마 당하는 기분으로 기상했다.
(3) 엘리베이터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차가 있는 사람들은 주차장을 포기할 수 없다. 반려 동물이 있는 경우에는 반려 동물을 사육할 수 있는 곳인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집 크기가 중요한 사람도 있고, 화장실이 무조건 2개여야 하는 사람도 있고, 방이 2개 이상 필요한 공간분리가 중요한 사람도 있다.
(4) 하지만 많은 사기꾼들은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의 범주 안에 기본적인 요소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누수 문제가 있긴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고쳐줄 테니 싸게 들어가라거나. 미안하지만 그런 건 고려 대상이 아니다. 멀쩡하게 거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맞춰져 있지 않으면 그 집은 과감하게 '나의 집 리스트'에서 제외해야 한다.
3. 살기 좋은 동네?
(1) SNS를 중심으로 파출소에 가 봐라, 바쁘면 치안이 안 좋고 한가하면 치안이 좋은 거다 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 있다. 미안하지만 그건 정말 모를 일이다. 파출소장이 극도의 FM이라 다른 데에서는 안 하는 걸 시켜서 바쁘다면 그 동네는 안전하다. 겉으로는 한가해 보이는 파출소장이 사실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범죄의 뒷배라면 그 동네는 안전하지 않다.
(2) 차라리 안전한 동네를 가늠하려면 학교가 많은 곳에 있는 거주 단지를 선택하는 게 낫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주변에 속도 제한도 걸리고, 유해 시설이 들어오지 못한다. 근처에 파출소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둔 부모로 구성된 가정과 그에 따라오는 여러 시설 혹은 학교 등지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거주할 확률도 높기 때문에 차라리 이렇게 찾아보는 게 더 안전한 거주 단지를 찾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3) 반려 동물이 있는 사람들은 길에서 사는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일반 사람들은 알아차리기 힘든 그 미묘한 감각을 키우는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도 있다. 열 번도 넘게 이사를 다녔지만, 스트릿 동물들에게 친절한 동네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고 그렇지 않은 동네는 높은 확률로 사람에게도 불친절하거나 무례하게 참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 나의 경우에는 모두가 그랬다. 모 교회의 이름으로 "길 고양이에게 계속 밥을 주면 법적 조치하겠다"라고 방을 써 붙였던 동네만큼 동네 분위기가 최악이었던 곳은 없었다.
4. 집 보러 다니기
(1) 부동산 어플(네이버페이 부동산, 직방, 다방, 피터팬 방 구하기 등)에서 보이는 매물은 전체의 10%~20% 정도 된다. 매물 올려둔 부동산이 "광고하지 못한 물건이 많이 있다"라고 말하는 건 보통 진짜 그럴 확률이 높다. 나 역시도 그게 사기인 줄 알았던 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부동산이 플랫폼에 올려두는 물건은 잘 빠지는 건물의 물건이거나, 집 주인이 대부분의 결정 사항을 부동산에 위임한 경우다.
(2) 그렇다면 지역 부동산을 찾아가서 미등록 매물을 돌아보면 좋은 집 찾을 확률이 더 높은가? 애석하게도 이건 정말 반반이다. 정말 숨겨진 좋은 매물을 찾을 수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하자가 있는 매물을 만날 확률도 크다. 이를테면 집 주인이 까탈스러워서 세입자를 가려 받는다거나, 여자만 거주 가능하다거나, 남자만 거주 가능하다거나 집 주인의 조건이 걸려 있는 집은 웬만해서는 어플에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가서 확인해 봐야 한다. 경험에 의거해서 말하건대, 집 주인이 까탈스러워서 조건을 많이 걸어둔 집은 살지 않는 게 낫다. 내가 살았던 집 중 세입자 직장까지 세세하게 따져 묻는 임대인이 있었던 적이 있다. 월세 때문에 직업은 물어보더라도 직장을 물어보는 사람은 처음 봤다.
(3) 공실이 오래된 경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공실 기간이 긴 집은 살기 전 더 꼼꼼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 공실이 있었던 이유도 중요하다. 집세가 너무 높아서 깎다 보니 지금까지 공실이 된 경우는 집 주인이 고집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주의할 필요가 있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진 않는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집에 하자가 있어서 공실이 된 이후, 그 기간이 오래되었을 때다. 구옥이라 집을 고쳐 내가 리모델링 후 처음 집에 입주하는 것도 단순 리모델링이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보통은 한 업체가 전문가들을 불러다 하지 않나. 하지만, 이렇게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 후 첫 입주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집 깔끔해 보이니까 좋은데? 하고 들어갔다가 누수, 결로, 외풍 등의 문제를 만날 수 있다.
(4) 많은 집 주인들은 집에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도대체 자기 집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관리비를 받으면서도 집 문 고리 하나 고치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이 태반이다. 그러므로 자잘한 하자가 발생했을 때 직접 고쳐주겠다는 사람보다는 전문가를 불러달라고 사전에 요구하고, 이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살다 보면 훨씬 편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부동산은 내 편이 아니다. 세입자의 편이 되어 줄 것처럼 굴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는 경우가 다수다. 누수 때문에 짧은 시간에 이사하게 된 이번 경우에도 부동산은 한 번도 개입 요구에 응한 적이 없다. 중개 수수료를 50만 원을 받아 먹어놓고, 고작 한 거라곤 이사 당일 수도/전기 정산 뿐이었다. 그러므로 부동산의 친절도는 집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 2년 뒤 이사 나갈지도 모르는 세입자를 위해 앞으로 나와 계속 거래해 줄 임대인과 싸우기를 택하는 부동산은 없다는 게 타당하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