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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무심히 지나친 다육이를 보고

by 예몽

못 본 사이

너는 너대로

할 일 하고 있었구나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작은 두 잎

눈에 띄게 드러내지 않아도

속살 찢어 할 일 하며

밖으로 밀어낸 잎


멈춘 듯한 시간 속에

아무 일 없는 줄 알았는데

해가 뜨고 달이 뜨고

바람이 지나갈 때


나 여기,

꼿꼿이 서서

나답게 모양 갖춰가는

당당한 생명체,


우주의 주인으로 섰다.


우리집 젤 작은 아이, 혼자서 무럭무럭 새 잎을 밀어낸다.




누가 관심두지 않아도 알아서 제 할 일 해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다육이를 보고

'네가 진정한 주인이구나!' 싶었어요.


여기저기 기웃대며 배회하거나

눈치 보며 설렁대지 않고

한자리 묵묵히 지키고 앉아

작은 잎을 키워낸 다육이가

어찌나 기특하던지


나보다 낫구나!

네가 생명 키워내는

우주의 주인이구나 싶었어요.


우리 집 작은 아이

기특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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