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울리 Slowly Aug 19. 2022

큰돈 벌 수 있는 체질은 아닌 것 같아



나는 잘하는 것만큼이나 못하는 것도 많은 사람이다. 결혼하고 보니 살림에 소질이 없고, 출산과 육아로 이렇게 헤매고 힘들어할 줄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막연히 잘할 거라 생각했을 뿐이다. 먹는 걸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음식 맛은 대충 흉내 내서 만드는 편이지만 그 조차도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주부'라는 이름의 여자. 때로는 매번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일이 형벌처럼 느껴지고,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그 흔한 말이 이제는 진리로 다가온다. 전기밥솥 위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 않았다. 먼지를 반려 식물 키우듯 수개월 동안 바라보고만 있다. 내일은 한번 닦아볼까?



남편이 내게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었지만 아내인 나를 '이상만 좇는 현실감각 떨어지는 사람'으로 생각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강사라는 직업은 임금 체계가 안정적이지 않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은 게 사실이니까. 애는 쓰는데 그다지 성과는 없어 보이는 아내에게 얼마 전에 남편이 했던 말이다. "잘못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자기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체질이 아닌 것 같아"...

조금 무리하면 몸이 아픈 아내의 건강을 염려해서 꺼낸 말인 줄은 알지만, (그렇다고 믿는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했다. "만일 내게 나무를 배기 위해 한 시간만 주워진다면, 나는 도끼를 가는데 45분을 쓸 것이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두고 봐라 하는 오기가 생긴다. 나멈춰 있는 게 아니, 날을 예리하게 세우중이라고!

, 그냥 그렇다.



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할 때면 잠시 고민에 빠진다. 돈 공부의 중요성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요즘 시대에 돈무지한 사람이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핫하다는 경제, 경영서 근처로 가서 몇 권을 뒤적거리며 살펴보긴 했다. 하지만 역시 잘 읽히지는 않을 것 같다. 결국은 문학, 인문교양 같은 분야에서 끌림이 있는 책 몇 권을 골라 집에 돌아온다. 자신만의 업적을 이뤄 낸 사람들 중에는 자기 안의 진지한 문에 귀 기울이며 몰입한 결과 어느 날 자신의 분야에 '통달한 사람'이들이 있다. 그중 금전적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누가 알겠는가. 살다 보면 목숨을 걸고 돈을 좇아도 돈이 나를 피해 달아나는구나 싶을 때가 있, 반면 구하지 않았음에이 밀려들어오는 시기 있다. 나 역시 자신의 이유로 유일하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택했다. " 봐라!"하고 큰소리 칠 만큼 성공을 거머쥐지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다. 그리고 그저 하고 있을 뿐이다. 그냥 그렇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고마워, 엄마로 만들어 줘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