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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Jun 07. 2022

고마워, 엄마로 만들어 줘서

아이를 처음 만나던 순간



하늘이 노랗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산후 출혈이 생겨 의료진은 우왕좌왕했몸이 점점 나른해져 왔다. 말 그대로 세상이 점점 노랗게 보였다. 지혈을 위 분주하던 손길이 멈추었을 때 남편이 잠시 들어왔다. 나는 머릿속에 맴돌던 말을 얼른 뱉었다. '여보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엄마랑 브리를 부탁해. 그리고 여보 늘 고마워.' 그땐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임신한 걸 알았을 때 엄마는 정말 기뻤어. 그러나 곧 생명을 품는 과정이 생각처럼 아름답고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지. 먹는 모든 음식의 맛이 이전과 달라졌고 먹는 즐거움 사라졌어. 너울 이는 바다 위에 떠있는 듯 어지럽고 몸은 무기력해졌단다.




네가 뱃속에서 제대로 자라고 있는 걸까? 머리는 왜 어지러운 거지? 엄마가 되는 경험이 처음이라 모든 게 낯설고 서툴기만 했. 뱃속에서 너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 있었지만, 부모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가늠하기 조차 어려웠단다. 여자인 내가 모성에 이토록 무관심했고 무지했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지.




언제 나오려나 하루를 일 년 같이 맘 졸이며 기다리다 네가 세상에 나오던 날. 분만실이 그토록 차가운 곳이라니. 핀으로 고정된 곤충처럼 침대 위에 누여져, 온몸이 뒤틀리는 아픔을 그저 견디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체액은 말라 눈물도 나오지 않더라. 태어나 처음으로 느껴보는 고통과 두려움에 이대로 죽는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했지. 모든 걸 그저 내 맡긴 채 체념해가던 그때, "아이가 힘들어해요. 엄마 힘주세요."라는 말이 들려왔어. 네가 힘들어한다는 말에 덜덜 떨리는 몸에 다시 힘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




세상에 나오기 위해 넌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무도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너는 좁고 어두운 긴 터널을 홀로 지나왔단다. 대견하고 정말 고맙구나. 처음 너의 울음소리를 들었을 때 엄마는 가슴이 숙연해지 벅차올랐어. 울고 있는 너에게 엄마가 곁에 있다고 얼른 알려주고 싶었어. 품에 너를 받아 안으며 '브리야, 엄마야' 하고 겨우 소리 불러보았단다. 눈물 나도록 애틋한 작은 존재. 너와 만날 수 있게 해 준 세상 모든 것에 감사 순간이었.




나의 세상은 파괴되었지만 너라는 세상을 만났지.

고마워, 엄마로 만들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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