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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인더 Sep 24. 2022

천안역

음지에도 볕드는 때가 온다



대구에서 출발해 도착한 역은 천안(아산) 역이었고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 역은 (구) 천안역이다. 이국적인 간판을 내건 식당과 식료품 점이 지어 있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 정감 있는 구멍가게들, 세월 속에 허름해진 건물 외벽 페인트칠은 누렇게 색이 바래 있었다. 천안역으로 가는 택시 안, 약간 어색한 정적을 깨고 싶기도 했고 정말 궁금하기도 해서 기사님께 물어봤다.



"기사님 지금 가고 있는 역이 원래 천안역인 거죠?"


"네 그렇죠, 이쪽이 원래 역이죠. 이 동네가 예전에는 천안의 강남이었어요! 어마어마한 번화가였는데, 허허! 이제는 이렇게 되었네요. 허~참!"



택시 기사님의 대답 속에서 어떤 종류의 아련함이 느껴졌는데,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아쉬움 같았다. 기사님의 청년기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생동감 넘치는 이 거리가 택시를 타고 달리고 있는 지금 이 순간과 극명하게 대조되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빛바 건물 외벽과 눈 깜짝할  나이 들어버린 자신을 동일시했던 것일까?



"예전에 허허벌판이던 곳에 지금은 높은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값도 거기가 더 비싸요.

사는 게 가만히 보면은 엎치락뒤치락합디다.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되고 그렇더라니까요."



아무것도 없었던 곳이 지금은 휘황찬란한 동네가 되었예전 '천안의 강남'으로 불리던 이곳은 점차 해가 지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한편으로는 담담히 그것을 받아들인 듯했다. 뒷좌석에서 보이는 기사님의 옆모습을 힐 쳐다보았다. 한때는 청년이었을 그의 모습.



보잘것없던 것이 찬란한 시기를 맞이하기도 하고

한때 대단했던 것도 빛바래는 때가 온다.

엎치락뒤치락.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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