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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Jan 24. 2023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다른 꿈을 꾼다



동상이몽 [同床異夢]


같은 잠자리에서 다른 꿈을 꾼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서로 같은 처지에 있으면서도 그 생각이나 이상이 다르거나 겉으로는 함께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갖는 것을 가리킨다.






주로 책상에 앉아서 하는 작업이 많다 보니 자연히 목과 어깨가 늘 긴장되어 있다. 목과 어깨의 통증을 방치하면 조만간 병원행이다 싶어 얼른 수영가방을 챙겼다. 수영장에는 늘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다. 코로나 이후에는 낯선 사람들의 속살을 보고 또 보여주는 이 공간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어떤 어머니 한 분이 이런 말을 하신다.

"아니 요즘은 애를 낳기만 하면 몇백만 원을 나라에서 준다는데! 애를 다 안 낳으려고 하니

낳을 수만 있다면 나라도 낳고 싶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주머니들이 와하하 호방하게도 웃으신다. 역시 웃음소리는 전염성이 강해서 지나가던 나도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 예전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은 정부지원이고 뭐고 없었으니 이해가 안 가는 말도 아니었다. 엄마들의 시대에 비하면 요즘은 정책면에서도 남편들의 가사노동과 육아 참여 비율도 높아진 게 사실이니까.



이 시대의 여성들은 지금 상황에 맞는 이해와 배려를 원한다.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말이 오히려 가슴을 답답하게 조여올 때가 많았다. 아이 낳았다는 이유 만으로 한 사람 처지가 이렇게 바뀔 수가 있구나! 나는 사라지고 누군가의 그림자가 돼버렸다. 안정적인 직업군이 아니었기 때문에 돌아갈 곳도 오라는 곳도 없었다. 사회적 고립감과 감정적으로 혼자 삭여야 하는 시간은 물귀신처럼 내 다리를 끌어당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했다. 가끔 혼자 놀고 있는 아들아이를 보다가 나 닮은 딸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생각해 보다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정신을 깨웠다. 하나라도 감지덕지 잘 키우자. 둘째는 낳지 말자. 되새긴다.






출처 Pixabay



불량 며느리가 어머니에게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했다. 서로 가정의 건강을 염려하고 일상을 묻고 하던 중 최근에 일이 조금 더 바빠졌다는 말을 했다. 지난달에 연락이 뜸했던 것에 대한 며느리의 변명이자 일거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기쁨을 어머니에게 드러낸 것이다.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네가 남편보다 더 잘 벌면 나가서 일해도 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적당히 해라. 안 그러면 서로 싸우게 되잖아. 몸이 지치고 힘들어 봐라 화난다 서로"



며느리는 영 딸 같진 않다. 엄마가 하는 말이었다면 대충 흘려듣고 말았을 텐데 어머니의 말은 확대해석을 하니 말이다. 아무 말 못 하고 네.. 네.. 하다가 입이 삐죽 나온다. "아이 키우다가 다시 일 시작하려니 애쓰지? 우리 며느리  일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니 대견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다. 이런 말을 해주는 시어머니가 흔하지 않겠지. 어머니와 며느리는 동상이몽이 더 자연스럽다. 살아온 시대도 다르고 서로 마음 나눠온 시간도 자식에 비해서는 턱없이 짧으니 말이다. 나도 아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 새 식구가 생기면 정신 바짝 차리고 며느리를 세워줘야지! 멋있는 시어머니가 되리라 주먹을 꼭 쥐어 본다. 이 또한 일장춘몽 이려나.





출처 마리끌레르 [플로리스트 서선원, 김다정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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