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사색하면 관계의 본질이 보인다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이렇게 날 멕여도 되는 거야?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
그에게 나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뭐, 그도 그다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은 아니었구나.
그래, 그는 나에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죽어가는 사람은 다양한 심리적 감정적 변화를 겪게 된다. 타인의 보살핌과 감정적 공감을 원했지만 아무도 자신의 고통에 공감해 주지 않아 상심하던 이반 일리치는 병마와 싸우며 형언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아들의 눈물이 자신의 손등에 흘러내리는 순간 이반 일리치는 환한 빛을 보았다.
동시에 그는 사람이 모두 제대로 된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그걸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언가 바로잡을 것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아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 순간 그의 아내가 곁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입을 크게 벌린 채 코와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도 불쌍했다.
그는 가족에게 연민과 또 다른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 아내에게 쌓였던 미움의 감정들은 죽음에 직면하자 측은지심으로 바뀌었다. 그는 '용서해 줘' 하고 말했지만 그의 입 밖으로 '데리고 나가'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죽음의 순간 이반 일리치는 아들과 아내에게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의 지난 잘못들을 바로 마주할 때 비로소 관계에 회복이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