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걱정,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다면, 그 사람은 과연 건강한 사람일까?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를 달리 보면 위험으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다. 다만 지나치게 과잉된 경우라면 조절이 필요한 것은 맞다.
예전에 문득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엉뚱한 상상에 빠졌다. 만약에 누구나 한 가지 탁월한 재능을 스스로 선택해 태어 날 수 있다면, 빼어난 목소리와 성량을 타고난 가수로서의 재능을 선택하고 싶다고. 노래로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눈물 흘릴 수 있게 만드는 가수가 된다면 얼마나 멋진가! 하고 말이다.
비록 그런 목소리나 성량을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강사라는 직업 역시 청중 앞에 서서 눈을 맞추며 교감하고, 말과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수 못지않게 큰 매력이 있다.
교육, 강의, 상담 일을 스물네 살 이후로 10년 이상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갓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위태롭게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작년에 세바시대학 강연에 도전했을 때도 그랬다. 발음, 발성, 사투리 억양, 스토리 전달력 등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 온라인 강의나 녹화 강의는 여전히 전혀 다른 영역처럼 견고하고 높은 벽을 느꼈다. 아마도 단번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다.
현장에서 청중들과 만나 울고 웃으며 한 땀 한 땀 나만의 저력을 쌓아 올리고 있지만, 온라인이나 방송에서 능숙한 강사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기가죽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은 강사로 일하는 나를 보면, 김미경강사나 김창옥강사 같은 유명강사와 견주며 너도 스타강사가 되라고 말한다. 칭찬과 격려의 의미인 것을 알면서도 속으로 나지막이 말해본다. “나는 그저 나이고 싶어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싶을 뿐이에요.” 하고 말이다.
다음 달에 다시 비대면 강의 녹화에 도전하기 위해 일정을 정했다. 아무도 등 떠민 적 없지만, 어제에 나로부터 1mm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도하고, 반복하고 그리고 또다시 반복한다. 지난번 보다 뭔가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더 느끼고 보완할 수 있다면 좋겠다. 단 1mm라도,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