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압박감에 대처하는 자세
촬영이 다가올수록 너무 힘들다. 3주 전부터는 죽고 싶다. 하고 싶어서 하겠다고 했는데
그 시기가 되면 “내가 미쳤지. 이걸 내가 왜 한다고 했지?” 하는 생각이 막 든다.
굿바이싱글 같은 작품의 경우에도 “하필 제일 못하는 게 코미디인데 어쩌려고 한다고 했나?”
엄청난 걱정을 했다. 많이 준비를 했는데도 대책 없이 무섭고 그렇더라.
혼자 미친 듯이 한탄을 하다가가, 감독님을 만나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얘기를 한다.
근데 집에 돌아오면 다시 밥도 안 넘어가고, 눈물 나고, 세상모든 고민이 나한테 있는 것 같다.
내가 없어져야 이 고민도 끝날 것 같고 그렇다.
인터뷰를 하고 집에 들어가면 엄청 에너지를 썼으니까 배고프지 않나, 한 상 차려놓고 먹는데
밥을 먹다가도 펑펑 울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때를 떠올리니까 지금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러다 촬영 2~3일 전에는 또 아무 생각이 없다. 촬영 전날 잠을 못 자면 지장이 생기기 때문에
밤새 자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못 자고 나간다. 감독도 그렇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나 괜찮은 척을 한다.
현장에서 촬영을 해봐야 한다. 회의 100번, 대본리딩 1만 번을 해도 촬영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을 따라갈 수 없다. 내가 그 감정을 안다고 한들 실제 그날의 내 감정이 어떨지 어찌 알겠나.
내 컨디션은 나도 모른다. 잠을 푹 자고 나가도 연기가 안될 때가 있다. 컨트롤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배우들은 누구나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다음날 너무 중요한 장면을 찍어야 해서 자야 하는데, 누우면 어떻게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대본 한번 더 보라고 잠이 안 오나 해서 대본을 열심히 봤다. 그러다 계속 보면 감정이 신선할 것 같지 않아서 다시 눕는다.
그때가 새벽 3시쯤이었는데 옆방에서 이선균배우가 막 소리를 치더라. 이선균배우가 왜 그러고 있겠나. 불안해서 대본을 보며 연기 연습을 더 해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아이 ~씨 나도 해야 하나?”하고 다시 일어나게 되더라.
김혜수 배우의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