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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May 18. 2023

성공은 999

쫓아가면 도망간다.




독하게, 성과를 중심으로! 동료보다 더 인정받기 위해 애썼던 결과는...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하게 된 기업교육 전문 회사는 끊임없이 성과를 내라! 경쟁 우위를 차지해야만 살아남는다! 긴장의 을 놓지 마라! 강조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만 있다면, 최선을 다한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순진무구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때였다. 나 역시 악! 을 쓰면 살아남기 위해 저녁시간이며 주말도 없이 일했고, 동료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버텼다. 그러던 어느 날, 계속 성공을 향해 달리라고 소리를 질러 대는 머리와는 달리 내 몸과 마음은 “제정신이 아니구나?”혀를 차며 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스트레스와 잔병치례에 못 이겨 2011년 가을 지날 무렵 입사했던 회사를 일 년이 되기 전에 정리하고 나오게 되었다.






한 번 고정된 생각을 바꾸기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 어렵다.



고등학교 이후로는 주말에 집에 가만히 있질 못했다. 주말은 쉬는 날, 재충전하는 날이 아니었다. 주말엔 늘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사람 만날 약속으로  채웠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에 갔었는지 기록되어 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이상했고, 오히려 한 달 스케줄이 다이어리에 빽빽이 채워질수록 마음에 안정을 느꼈다. 나를 어디엔가 끊임없이 소속시켜야만 할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성공 강박증을 앓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는 일이 명확하고, 누구든 말하면 쉽게 알만한 회사에 다니고, 어떻게라도 생산적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야 하며,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원활히 하는 일도 빼놓아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이런 루틴을 가진 사람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기준을 정하고, 그 범주에 들지 못하면 낙오한 인생처럼 여겼다. 잘 쉬며 재충전하는 법, 창의적인 뇌를 만드는 방법은 당연히 몰랐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아 냈는가? 언제부터인가 하루를 살아낸다는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냥, 하루를 보냈다. 하루를 살았다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내가 보낸 하루를 표현할 수 있어서다. 그만큼 애쓰며 살아왔다. 나를 가까이서 보거나 잘 아는 사람들은 종종 그렇게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내려놔도 된다고 말했다. 나 역시 깊이 공감하고 알겠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 고정된 생각과 패턴을 바꾸는 일은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기질과 형성된 생각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더라도, 나에게 최적의 균형을 찾는 것은 매우 필요하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이란 학교가 나를 강제 등록 시켰다.  




“얘 또 이러고 있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일도 예전보다 더 잘해보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나에게 등록 신청을 한 적도 없는데 입학통지서가 날아왔다. 바로 ‘인생’이란 학교에서!

사는 일이 마음먹은 데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당연한 진리를 배우는 과정이었다. “나 이거 다 아는데요?” 옛날 옛적에 벌써 다 배우고 졸업했다고 항변해 봤지만 단호하게 안된단다. 머리로 알고 있어도, 스스로 삶에 녹여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기술이므로 입 다물고 계속 더 배우라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번 학기에는 능력 밖에 일 내려놓기, 나만의 속도와 방법에 맞게 성장을 시도하기, 스스로 진정 즐길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과정을 수강신청 했다.





글을 쓰다 보면 매번 결론을 내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쓰면 쓸수록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점점 더 모호해져버리기도 한다.

전하고 싶은 내용을 정리해 요약하자면,

무엇이든 목표를 정하고 맹목적으로 쫒는 것은 오히려 그것과 더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나는 꼭 국가대표가 돼서 성공할 거야!

죽을힘을 다했다가 오히려 번아웃과 슬럼프를 얻고 포기했던 고등학교 시절 수영선수의 꿈처럼.

20대, 회사 앞으로 찾아가 만나자고 들이대는 나에게 부담을 느껴 점점 더 멀어졌던 그 남자처럼.

더 잘해보리라 마음먹고 덤벼들수록 신경성 위염과 무기력을 선사하는 어떤 목표처럼.




성공은 999!

쫓아가면 도망가 버리는 비둘기와 같다.










이미지출처 pixabay  “에?!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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