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주 죽음을 상상한다

아빠와 마지막 순간

by 리마인더



우리는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지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온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빠의 임종을 지키게 된 것이 나에게는 가장 가까운 존재의 죽음을 보게 된 사건이었다.

말기 암으로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아빠를 곁에서 보면서도, 이별이 가져올 슬픔과 상실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었다.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게 출근 준비를 하다가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밤사이 아빠가 1인 병동인 요셉실(나중에 알고 보니 임종실이었다.)로 옮기게 되었다고 했다.

아빠가 힘들어하니 어서 동생들과 오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머릿속이 약간 멍해졌다.

속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 되뇌며, 동생과 농담도 주고받았다.



병실에 도착하 침상을 약간 세운 채 앉아 있는 아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안심 됐다.

아빠는 나와 동생들이 온 걸 알아본 듯했다. 어젯밤에도 아빠를 만났지만 아침에 다시 만나니 반가움이 컸다.

하루라도 더 볼 수 있기를 바랐고.. 또 한편 아빠가 느끼고 있는 극심한 고통 빨리 멈추었으면 했다.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병상 옆에 환자의 활력 징후를 알려주는 기계에서 삐-하는 경고음이 몇 번이고 들려왔다. 신경이 거슬렸다. 고장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그 무렵 아빠는 답답한 듯 코로 연결된 호스를 뽑아냈고 산소 호흡기조차 벗겨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다.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을 직감했다.



수간호사 선생님이 말했다.

“아버지가 곧 가실 것 같은데 큰 따님은 오고 있나요?”

“지금 카타르에서 오는 중인데 오후가 돼야 도착해요. 여보, 정아 아빠 조금 더 기다려봐 민정이 보고 가야지.”

다시, “시간이 얼마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해야 돼요. 의식을 잃어도 아빠가 들을 수 있어요.”



아빠는 숨이 찬 듯 보였다. 허공에 몇 번 손을 휘저으며 죽음에 저항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빠는 더 이상 어떤 움직임도 어려워지는 듯 보였고 서서히 체념해 가는 듯 찡그렸던 표정이 풀어졌다. 마음이 급했다. 세상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목구멍에 말이 걸린 듯 목이 아파왔다.



식구들 중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흐느껴 울 뿐이었다. 더는 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았고 겨우 입을 떼 말했다. 아빠의 왼손을 꼭 잡았다. '아빠 그동안 너무 고생이 많았어…'

이 말이 먼저 나왔다.

체액이 마르고 의식조차 사라져 가는 아빠의 한쪽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빠가 내 목소리를 들었구나!

안도와 두려움, 끝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아빠는 우리를 여기 두고 혼자 어디로 가는 걸까...



기억에 선명하게 각인된 그날의 기억. 가끔 잠들다가 영화처럼 생생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나는 숨이 가빠져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후회가 밀려왔고, 슬펐고, 무서움에 떨었다.







아빠를 보낸 뒤에 나는 자주 죽음을 올려 게 되었다. 삶과 죽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다. 치 손등과 손바닥처럼. 이후 관계에 대한 생각의 틀이 부서지는 듯했다. 살면서 중요한 순간에 내 곁을 지키게 될 사람은 아주 가까운 몇 사람뿐이라는 사실과 직면했다. 내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들이 내 인생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이토록 짧을 줄 몰랐다. 늘 후순위로 미루었던 약속, 내가 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여겼던 가족과의 약속이 이제는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다.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했었고 누구와도 불편함 없는 원만한 관계를 맺기를 바랐다. 때로는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상처 주는 사람들에게도 싫은 내색 하기가 어려웠던 소심한 나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좋아하는 사람,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을 만나고 나에게 힘을 주는 관계에 더 집중한다.



더 이상 아빠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의 모든 것이 내 안에 있고, 아빠 생각이 나면 자연스레 추억을 꺼내 다시 아빠와 만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는 존재다.

무엇보다 유한한 내 삶을 더 애정 깊 돌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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