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말할 것이며, 그런 위기의 순간을 과연 맞이하듯 초연하게 대할 수 있을까? 남은 삶은 무엇부터 어떻게 정리해 나갈 것인가? 가장 후회로 남을 것은 무엇인가? 가진 것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오히려 더 내려놓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현실을 보면, 남은 시간 역시 우왕좌왕하다 보내버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때로는 죽는 일 보다 사는 일이 더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는일. 하루를 잘 살아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따뜻하게 맞아 줄 한 사람의 존재가 그토록 절실한 것인지도 모른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결혼을 굳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채널 왓챠에서 얼마 전에 방연 된 12부작 웹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 몰라'는 출판사대표인 아내가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생 최대의 고비 앞에서결국 실제로도움을 청할 수 있는 대상은가족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극심한 부부 갈등을 겪으며 이혼을 앞두고 있던 남편에게 용기 내 자신의 병간호를 부탁하게 되면서 관계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이들은 남은 시간 동안 서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며, 그동안 오해하고 반목했던 시간을 후회하고 안타까워한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덧없이 짧다는 진실과 마주하고 난 뒤에 해묵은 감정의 매듭을 풀고, 가족의 사랑과 보살핌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죽음과 같은 위기 상황 없이도 가족 간에 진실하게 대하고, 마치 내일이면 못 만날 것처럼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알면서도 막상 닥치지 않으면 나 몰라라 살아가는 것이 우리 인간의 한계일까. 세상 가장 가까운 관계지만, 오히려 남보다 더 많은 기대와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부부관계. 헤어지는 일만큼이나 함께 헤쳐가는 일또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