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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Mar 04. 2022

믿어주는 어른이 된다는 것

어제에 머물지 않고 변화하는 존재

   


영화 재심(2016)의 모티브가 된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를 울산 한 강의장에서 만났다. 그는 소탈하고 유머가 있는 사람이었다. 강의가 끝난 후 그의 이메일 주소를 노트에 받아 적었, 달이 난 뒤에 강의 요청을 드리기 위해 메일과 통화를 주고받았다. 길지 않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다시 한번 그의 성품에서 나오는 소탈함 느낄 수 있었다. 두어 번 만난 사람에 대해 뭘 그리  알겠냐만은, 촉으로 알 수 있었다. 그의 사람 냄새를.






박준영 변호사는 ‘촉법소년’ 규정 폐지가 정말 효과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의 든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되는 무자비한 청소년 범죄 기사를 볼 때 우리 어른들은 혀를 내찬다. 범죄의 잔혹함에 치를 떨며 이들 역시 강력 처벌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그 이면에 범죄를 저지른 된 아이의 처지나 형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저것들은 사람도 아니야” 하고 비난하기에 망설임이 없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 아이들을 벌주는 것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사회에서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것, 그것만이 정답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필요하다. 필요하다. 필요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만큼이나 강력한 애정이 필요하다. 매 순간 흔들리는 연약한 존재.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어른의 역할을 보여 줄 안내자가 있었던 걸까.



박준영 변호사의 어머니는 서른아홉의 이른 나이에 아이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중학생인 맏아들과 어린 두 동생을 남겨두고 가는 것이 끝내 마음에 걸려서였을까? 눈 감지 못한 어머니의 눈을 할머니가 쓸어내리는 마지막 모습을 아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180도 달라졌고 엄마를 때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박준영 변호사는 잘못한 것은 아버지인데 오히려 "아버지 참으세요.” 하고 “어머니, 잘못했다고 해요.”했다며 어린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술과 담배를 하고, 가출을 밥 먹듯이 해 고등학교 3년 동안 무단결석만 100일 가까이했다고 한다.



불안하고 방황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박준 변호사가 어떻게 지금의 그로 존재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그가 인간은 어제에 머물지 않고 시간이 지나며 변화해 가는 존재”라고 믿을 수 있게 만들었을까?






나는 믿는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진정한 힘 발휘하는 것은 충고나 비난이 아니라는 것을.

박준영 변호사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아들에게 남긴 글이다. “어린 동생들을 잘 보살펴다오. 너희들 셋이 지금처럼 공부하고 말 잘 들으면 엄마가 없어도 너희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단다. 엄마가 없다고 술 먹고 방탕한 생활을 하면 그것 같이 불쌍하고 불행한 것 없다. 그 점을 언제나 머릿속에 염두해라. 어린 너희를 두고 가는 내 마음을 헤아려다오. 기가 막혀서 통곡을 한다.”



내 아이들. 한창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운명은 얼마나 가혹한가.

운명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엄마의 염원과 믿음은 세상에 남아 아이들 곁에 머물지 않았을까.

눈감는 순간까지도 아이들을 걱정했던 어머니의 사랑. 주변에서 살펴주는 어른들의 관심이 흔들리던 한 아이가 인간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한 그의 방황과 슬픈 기억이 그 역시 다른 흔들리는 이들의 처지에 공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비행 청소년이 된 아이들에게서 과거의 위태로웠던 자신을 보았을 것이다. 슬픈 경험의 힘, 한 인간의 슬픔과 어둠을 비춰준 누군가의 관심이 그를 믿어주는 짜 어른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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