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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울리 Slowly Mar 31. 2022

남편이란 무엇인가?

절친과 원수 그 중간  어디쯤




매일 싸울 거리가 있어도

결국 화해하게 되는 사이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틀린 사람은 없다고 인정해야

같이 갈 수 있는 사이.




화장실 청소를 할 때가 됐다. 구석구석 청소 수세미를 빡빡 문지르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배운 레시피대로 저녁밥 준비했다. 크림치킨과 매운 참치김밥이었다.

남편에게 칭찬 듣겠지, 야무진 꿈을 꾸었다.


겨우 머리 맞대고 앉은 저녁시간.

가벼운 대화가 점점 먼산으로 흘러간다.

...

남편은 원리원칙과 계획이 중요하지만 나는  상황에 맞는 유연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기질도, 표현 방식도 너무 다른 두 사람.

때론 참 신기하다. 

한걸음 다가서려 하면 더욱 멀어지는 이 남자와 나는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

      

배가 고파 허겁지겁 먹었는지, 대화가 영 불편해서였는지 위장은 점점 굳어졌다. 그렇게 급체 한 뒤에 4일 동안 마시는 것 외에는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이 반갑다가도, 나를 몰아세운 것을 생각하면 괘씸하고 분했다.








남편이란 무엇인가?

연애할 땐 이 남자다 싶었는데 결혼하니 이 남자뿐이었을까 싶은 남자. 한 여름에 잡은 손을 놓지 않았는데, 이제 손잡고 걷기엔 좀 어색한 사이가 돼버린 남자.




한편 내 아이와 똑 닮은 남자. 연애할 땐 안 그러더니 갈치 살을 발라 밥에 얹어 준다. 퇴근 후 매일 빨래를 돌리고 쓰레기를 비운다. 다가가 손 잡아도 도망가지 않는다. 내가 허접한 실수를 해도 모른 체 넘어가 준다. 매번 편한 옷, 같은 옷만 입느냐고 옷 타박을 하면 어쩌다가 한 번은 바꿔 입어준다. 싸우다 이긴 사람이 오히려 더 눈치 보게 되는 사이. 다 늦은 밤 아기 똥기저귀 먼저 치우기 싫어서 가위바위보 삼세판에 심혈을 기울이는 두 사람.


 






아이가 네 살이 되고 처음 제주로 가족 여행을 왔다. 이틀째 되는 밤, 세 식구가 한방에 누워 서로 숨소리에 기댄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더니, 밤사이 찾아온 비가 창문 흙바닥 투닥투닥 때린다. 밤은 깊어가고 빗소리남편 자는 숨소리 들온다. 문득 이 사람과 몇 번 더 제주에 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사랑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지 모른다.  미움을 오래 가져가 뭣하겠는가. 기어이 버티고 있던 마음의 체증이 그 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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