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울리 Slowly Apr 02. 2022

힘을 빼자, 실수해도 좋다

인생은 팽팽한 외줄 타기가 아니다



"여러분 인생 재미있게 살아야 됩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했다. 다시 한번 말했다.

"여러분 인생 재미있게 살아야 됩니다!!"

이번엔 사람들이 갸우뚱했다.

이미 나 빼고 다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사람들 안에 잠들어 있는 것을 일깨우고 감동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아는 채 하고 더 열심히 뭔가 주려 할수록 오히려 상대와 나 사이에 벽이 생기는 듯했다. 결국 공감이 있어야 웃음이 나고, 이완돼야 감동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이어령 님이 tvN과 촬영한 프로그램 '이어령의 내가 없는 세상'에서 다뤄진 내용이다. 서양의 '긴장 문화'가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줄타기를 예로 드는데, 대를 이어 줄타기 곡예를 해온 '왈렌다 가문' 이 있다고 한다. 닉 왈렌다는 긴 평행봉으로 균형을 잡으며 나이아가라 폭포를 건너기도 했을 만큼 줄타기의 달인이다. 긴 장대로 균형을 잡으며 팽팽한 줄을 건넌다. 지켜보는 사람이나 직접 건너는 사람이나 긴장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한 발짝이라도 잘못 내딛는 순간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 역시 "인생이란 팽팽한 외줄을 타는 줄타기다"라고 역설했다. 니체의 말처럼 우리 인생이 만약 팽팽한 외줄 타기일까? 한 걸음만 잘못 내딛으면 까마득한 아래로 추락하는 외줄 타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긴장 속에 살아가고 있다. 조금만 실패하거나 뒤쳐지면 인생에서 영원히 낙오자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검은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것처럼. 



한국인의 전통 놀이인 줄타기를 조명해본다. 느슨하고 출렁거리는 줄 위에 줄 타는 사람은 떨어질 듯 말 듯 흥겨운 리듬을 탄다. 손에는 부채가 들려있고 흡사 춤추는 듯 신명이 있다. 우리의 옛 정서는 막 하고, 엉거주춤하기도 하며, 털어내고 풀어버리라 한다. 시도 방심해서는 안 되며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긴장의 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지 않나.


닉왈렌다의 줄타기와 한국 전통 줄타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하고 말한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흔들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번뇌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도 없지 않은가.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금 느려도 되고, 샛길로 뱅 둘러가도 괜찮다고.



자신만의 길에서 몰입하고 정진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쉴 때 쉴 줄 알고, 제대로 놀 수 있는 능력은 더 중요하다. 숨을 고르며, 때로는 양손에 가득 쥔 것을 모두 내려놓고 쉬어갈 줄도 알아야 한다. 쉼은 나를 똑바로 볼 수 있게 하고 평범함 속에 새로움을 발견하게 한다. 익숙한 일상과 익숙한 사람들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을 때 비로소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 창조적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다면 먼저 내가 편안한 상태가 돼야 한다. 상대를 웃게 만들고 싶다면 내가 진정으로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을 찾는 사람은 지금 외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