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 13] 최후통첩게임으로 본 인간 심리
경제학 실험에서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서, 2명이 돈을 나누는 게임이 있다. A는 주어진 돈을 어떻게 나눌지 제안할 권한이 있고, B는 그 제안을 승인할 권한이 있다. 예를 들어, A가 50%:50% 또는 90%:10% 등 A:B의 배분비율을 제안하고, B가 이를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그대로 돈을 나눠 가진다. 만약, B가 거부하면 두 명 모두 아무런 돈을 가질 수 없다.
A는 자기에게 유리한 배분비율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지만, B가 거부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서로 상대방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 게임은 참여자들 성향에 따라 좌우될 뿐만 아니라, 상대방 행동도 예측해야 하므로 심리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다.
50:50 등 A가 공정한 비율을 제안하면, B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경제적 합리성이라는 관점에서는, B는 A에게 유리한 배분비율도 받아들이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90:10 배분비율도 승인하면 주어진 돈의 10%라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이 게임을 실행해 보면, B의 역할로 참여한 사람들은 배분비율이 자기에게 불공정하다고 생각되면 승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Güth, 1982). 균등하게 나눠 가질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 '네가 잘되는 꼴은 못 보겠다.'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내가 갖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너무 많이 가지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실험경제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라고 한다. 이 게임 참여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한 결과가 있다(Sanfey, 2003). fMRI(기능자기공명영상)를 활용하여 참여자(B역할)들이 불공정한 제안을 받을 때 뇌의 반응을 관찰하니, 뇌의 '전측섬엽(anterior insula)'이라는 부분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뇌의 전측섬엽은 분노, 혐오감과 같은 감정 반응과 관련이 있다. 역겨운 맛이나 냄새 등 신체적으로 혐오감을 느낄 때 전측섬엽이 활성화되는데, 불공정한 제안을 받아 심리적 혐오감을 느낄 때도 똑 같이 반응하는 것이다.
만약, 불공정한 제안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똑같은 불공정한 제안도 컴퓨터가 하면 사람이 할 때보다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Sanfey, 2003). 상대가 사람이 아니면 감정을 줄이고 그나마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 표 > 최후통첩게임에서 사람과 컴퓨터의 제안에 대한 승인 비율 ('Sanfey, 2003'으로부터 재작성)
불공정한 제안을 컴퓨터가 할 때는 사람이 할 때보다 뇌 전측섬엽 활성화 수준도 더 낮아지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같은 인간에 의한 불공정보다는 기계에 의한 불공정에는 분노가 줄어든다.
동물은 불공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Nature』지에 발표된 연구가 있다(Brosnan, 2003). 두 마리 원숭이가 칸막이로 분리된 투명한 우리 안에 나란히 앉아 있다. 실험자가 앞에서 원숭이에게 작은 돌을 건네고, 원숭이가 다시 그 돌을 돌려주면 먹이로 보상해 주는 게임을 한다.
보상은 오이 조각 또는 포도알이다. 일반적으로 원숭이들은 달콤하고 시큼한 포도를 더 좋아한다. 원숭이는 옆의 원숭이가 어떤 보상을 받는지 볼 수 있다. 자기가 받은 것과 옆의 동료가 받은 것을 비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두 마리 원숭이에게 보상으로 똑같이 오이를 주었는데, 별다른 거부 반응 없이 받아들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매번 한 원숭이에게는 포도알을, 다른 원숭이에게는 오이를 주었다. 그러자, 오이를 받는 원숭이가 흥분하여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바닥을 손으로 세게 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다. 오이를 실험자에게 집어던지기도 한다.
사람이 억울해서 미칠 듯한 감정을 느낄 때 보이는 모습을 원숭이가 똑 같이 드러낸다. 오이를 던지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장면은 유튜브에서 2천만 회 이상 조회된 유명한 영상이다.
(관련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meiU6TxysCg)
불공정에 대한 민감성은 조직에서 항상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조직에서 직원 연봉을 공개하는 것은 금기다. 연봉이 공개되는 순간 직원들 사이에선 서로 연봉 수준을 비교하고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료들의 연봉 정보가 공개되었을 때 직무 만족도와 이직 의사 변화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Card, 2012). 연봉 정보가 알려지면서 중간값 이하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하락하였다. 그렇다고 중간값 이상 연봉을 받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또한, 중간값 이하 연봉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는 등 이직 의사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받는 보상이 적은 것만 문제가 아니라, 상대와 비교했을 때 불공정하면 분노한다. 최근에는 동료 직원들의 연봉 수준을 공개해 달라는 요구가 늘어난다고도 한다.
" '일은 제가 더 많이 하는데, 김 대리 연봉이 더 높은 것 같아요. 김 대리 연봉이 얼마인지 알려주세요.' 판교의 정보기술(IT) 기업 인사팀에 근무하는 A 씨는 최근 MZ세대 개발자 직원으로부터 동료직원의 연봉 공개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중앙일보, 2022.12.17.)
불공정하다는 분노는 시기심과는 다소 다른 감정이다. 시기심은 상대방이 가진 것에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당연히 가질 처지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을 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공정에 대한 분노는 상대적으로 자신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대우를 못 받을 때 생긴다. 조직이나 집단에서, 내가 들인 노력(input)과 받은 성과(output)를 다른 사람이 들인 노력과 받은 성과와 비교해서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난다.
사실, '객관적으로 불공정한 상태'뿐만 아니라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분노한다. 조직에서는 공정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공정하게 느끼게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 등 인류 역사 흐름을 바꾼 수많은 사건들이 불공정에 대한 분노에서 촉발되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참고자료
Güth, W., Schmittberger, R., & Schwarze, B. (1982). An Experimental Analysis of Ultimatum Bargaining. Journal of Economic Behavior & Organization, 3, 367–388.
Sanfey, A. G., Rilling, J. K., Aronson, J. A., Nystrom, L. E., & Cohen, J. D. (2003). The Neural Basis of Economic Decision-making in the Ultimatum Game. Science, 300, 1755–1758.
Brosnan, S. F., & de Waal, F. B. M. (2003). Monkeys Reject Unequal Pay. Nature, 425, 297–299.
Card, D., Mas, A., Moretti, E., & Saez, E. (2012). Inequality at Work: The Effect of Peer Salaries on Job Satisfaction. American Economic Review, 102(6): 2981–3003
중앙일보, 2022.12.17자 보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6444)
** 이미지 : AI 활용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