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면접의 기본
오래전, 채용면접 안내할 때 일이다. 그 역할은 보통 인사부서의 젊은 직원들이 맡곤 했다. 한 지원자가 면접장에 들어간 후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는데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지원자들의 눈길이 자꾸 시계로 향했다. 면접시간이 너무 지연되면 전체 일정이 흔들리게 된다. 안내요원으로서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시간 관리이므로, 결국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면접장 안은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한 면접관이 붉어진 얼굴로 지원자와 무언가 논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른 면접관들은 난처한 듯 눈치를 보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면접을 마무리하셔야 합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직급이 한참 높은 그분은 오히려 더 기다려 달라고 손을 저었다.
나중에 지원자가 지친 얼굴로 나왔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냐고 물으니, 그 면접관이 지원자 답변에 이견이 있어서 자신의 생각을 계속 설득했다고 한다. 아마 회사의 정책 방향에 관한 질문이었던 같다. 그 면접관의 평소 인품으로 보아 지원자를 괴롭히려던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관점을 끝까지 이해시키려고 ‘순수한 의도의 토론'을 벌인 것 같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면접관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이런 상황은 줄어들고 있다.
면접은 토론장이 아니다. 면접관의 역할은 지원자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기본적인 역할을 잊어버리면 아무리 진지한 대화라도 본분을 벗어난 행동이 되고 만다.
일반적으로 면접관이 지켜야 할 가이드가 있고, 면접관은 이러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면접관이 조심해야 하는 10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겠다.
1) 지원자와 논쟁하거나, 지원자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간혹 지원자의 답변이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경우 지원자와 논쟁하는 면접관이 있다. 앞의 사례처럼 긴 시간 토론하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다. 답변이 적절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한두 마디 정도 하기도 하는데, 평가라는 관점에서는 이런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면접관은 아무래도 그 분야에서는 지원자보다 경력과 지식이 많다. 그러나, 지원자를 가르치려 들 필요는 없다. 지원자의 답변이 틀렸으면 그 사실만 평가하면 된다. 평가는 평가표에 점수로 부여하면 된다. 지원자의 의견이 회사의 방향과 다르더라도, 평가하는 것은 답변의 '논리적 근거와 태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지원자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유지한다.
면접관은 평가자이므로 지원자의 답변이나 자세에 공감할 필요는 없다. 다만, 지원자를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원자를 보지 않고 책상의 서류만 보고 있으면 지원자는 당황하거나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적절하게 지원자와 시선 접촉을 유지하여 교감을 형성하여야 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원자의 답변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지원자의 긴장을 풀어주면 더 정확하게 역량을 관찰할 수 있다. 지원자가 답변할 때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반드시 그 답변이 정확하다거나 그 답변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지원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자에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지원자 답변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행동 등은 지원자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온다. 무심코 시계를 보거나 한숨을 쉬는 행동도 지원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3) 평가하려는 것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평가하려는 것만 질문하면 된다. 지원자가 갖춘 역량이 조직과 직무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가족관계, 취미, 친구 관계 등 직무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면 질문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나 종교 관련 질문도 당연히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질문은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면접관의 역할은 아니다.
4) 지원자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
입사 지원자들이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사회 경험이 적다. 그렇다고 해서 우월한 입장에서 대하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이다. 아무리 친근함을 표현한다고 해도 반말이나 지나친 농담은 금물이다. 무례한 질문 하나가 곧 기업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외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외모를 비하하는 것은 기본적인 소양에서 벗어난 것이므로 논의할 가치도 없다. ‘키가 크네요’,‘운동을 많이 하셨나 보네요’ 등 외모를 칭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피해야 한다.
지원자의 학력과 경력 등 이력과 스펙은 객관적으로 질문하되, 좋든 나쁘든 그것에 대해 평가하는 말을 자제해야 한다.
5) 지원자 관찰사항과 답변 요지를 메모한다.
많은 인원을 면접하면 대상자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메모는 단순 기록이 아니다. 면접 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특히, 면접평가의 근거를 제시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면접관이 메모하면 지원자는 평가 절차에 대해 더 신뢰할 수 있고, 좀 더 성실하게 답변하게 된다.
6) 폐쇄형 질문, 유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지원자가 답변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해야 하는 데 단답식 답변을 하게 만드는 질문은 평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면접관이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유도하는 것도 공정성 차원에서 피해야 한다.
동일 직무 지원자들에게는 동일 질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평가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 내에서도 지원자의 답변 내용과 수준에 따라 후속 질문은 얼마든지 다르게 할 수 있다.
7) 질문을 (지나치게) 길게 하지 않는다.
면접은 면접관이 말하고 싶은 것을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원자의 답변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면접관의 질문이 지원자의 답변보다 길어져서는 안 된다. 질문이 길어질수록 제한된 면접시간 내에 지원자가 답변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8) 하나의 문제점을 가지고 전체적인 모습을 판단하지 않는다.
면접관도 사람이므로 일정한 심리적인 편견을 가지고 판단하는 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특히,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지원자에 관한 부분적인 정보로 전체적인 모습을 판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9) 지원자에게 면접 평가 결과를 암시하지 않는다.
합격 통보는 최종적으로 채용담당부서가 하는 일이다. 면접 후 지원자에게 합격의 암시를 주는 경우가 있다. 합격할 것 같은 느낌을 받고 나서 불합격하면 지원자의 실망감은 더 커진다. 면접의 공정성도 의심하게 된다. 자신이 합격선 내인데, 다른 부정적인 요인이 작용하여 탈락시켰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10) 자신 생각과 주관, 성향을 나타내지 않는다.
회사의 직무요건이나 인재상과 지원자가 매칭되는지 판단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면접관이 지원자의 의견에 반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해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면접관의 사회적 소속, 가치관, 정치적 성향을 노출하면 지원자는 거부감을 가지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할 수 있다. 면접관 개인의 성향은 평가에서 배제되어야 하며, 오직 직무 적합성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면접관은 채용 과정에서 평가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지, 전권을 가진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상식과 기준을 지키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