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행동 14]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사례 1> 캔 수프 판매
경영학 교수들이 미국 Iowa 주의 슈퍼마켓 세 곳에서 판매 실험을 했다(Wansink 등, 1998). 캔 수프를 할인해서, 3일간 다음과 같은 구매 조건으로 번갈아가면서 판매했다.
조건 1 : '1인당 12개까지만 구매 가능' 안내
조건 2 : '1인당 4개까지만 구매 가능' 안내
조건 3 : 구매 수량 제한 없이 판매
이후, 구매 조건별 판매량을 가지고 계산한 구매자 1인당 평균 구매량은 다음과 같다.
조건1 (12개 구매 제한) : 평균 구매량 '7개'
조건2 ( 4개 구매 제한) : 평균 구매량 '3.5개'
조건3 (수량 제한 없음) : 평균 구매량 '3.3개'
똑같은 할인판매 조건에서, 구매 수량 제한이 없을 때보다 ‘12개 제한’ 문구가 붙었을 때 1인당 구매량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안내문의 구매 수량 제한 숫자가 ‘기준’ 역할을 해서 실제 구매량을 끌어올린 것이다.
<사례 2> 부동산 매매 가격
어떤 아파트 '최근 거래가격이 20억 원'이라고 듣고나서, 17억 원에 나온 비슷한 매물이 있으면 싸다고 느껴진다. 반대로 '최근 거래가격 15억 원'이라고 소개받았으면, 같은 17억 원이 비싸게 느껴진다. 처음 제시된 가격이 이후 판단을 끌고 가는 효과를 가져온다.
21명의 부동산 중개인과 48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Northcraft & Neale, 1987). 두 집단에게 같은 집을 보여주고, ‘표시가격(listing price)’만 다르게 제시했다. 이 실험에서 대학생뿐만 아니라 전문 부동산 중개인조차도 제시된 표시가격에 영향을 받아 매입가격을 평가했다. 부동산 중개인들은 평균 약 7년의 거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험 많은 전문가도 제시한 기준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 연구다.
<사례 3> 숫자 추정하기
전체 유엔 가입 국가 중에서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은 몇 퍼센트 정도 될까? 자료를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바로 답하라고 하면 추측할 수밖에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Kahneman이 동료 Tversky와 실험을 했다(1974). 실험 참가자들에게 먼저 1부터 100까지 숫자가 쓰인 원판을 돌리게 하여 하나의 숫자가 나오게 한다. 그다음 유엔 가입 국가 중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원판을 돌려 나온 그 숫자보다 큰지 작은지 추측해 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원판의 숫자가 30이라면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이 30퍼센트 보다 큰지 작은지 추측해 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실제로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는 몇 퍼센트가 될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판을 돌려 우연히 나온 숫자와 가까운 수치를 제시했다. 원판에서 10이 나온 집단은 아프리카 국가의 비율을 평균 25%, 이 보다 큰 숫자인 65가 나온 집단은 평균 45%로 추정했다.
아무런 관계없이 우연히 주어진 숫자가 사람들의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숫자의 배열만 바뀌어도 사람들의 추정이 달라진다는 실험도 있다. 다음의 숫자를 곱한 값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숫자의 순서가 달라도 값은 같다. 답은 40,320이다.
8 × 7 × 6 × 5 × 4 × 3 × 2 × 1 =
1 × 2 × 3 × 4 × 5 × 6 × 7 × 8 =
그런데, 이 산식을 5초 이내에 계산하라고 하면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보통의 숫자 감각을 가진 사람들은 앞의 숫자를 몇 개를 계산하고 나서 나머지는 허둥지둥 추정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2개 집단으로 나누어 위의 산식 하나씩 5초 이내에 계산하게 했다. 그 결과, 첫 번째 산식을 계산한 학생들이 제출한 값의 중간값은 2,250, 두 번째 산식을 계산한 학생들이 제출한 값의 중간값은 512이었다. 시간이 모자라서 정답을 추정하다보니, 앞에서 몇 개 계산한 숫자들이 나머지 값들의 계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한 번 제시된 숫자가 우리의 사고를 고정시킨다. 사람은 처음에 주어진 정보에서 시작하여 다른 것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심리적인 현상을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한다. 처음 주어진 정보가 일종의 기준점(앵커)이 되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런 심리 현상은 협상, 의사결정, 일상생활에서 판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임금 15% 인상", "임금 동결". 임금협상에서 처음 제시된 숫자가 비현실적이더라도 이후 협상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옷이나 가방, 자동차를 살 때도 처음에 사려고 마음먹은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의 판단과 행동이 아무 의미 없이 이미 주어진 조건에 의해 좌우되고 있지는 않은지 가끔 성찰해 보아야 한다.
* 참고자료
Tversky, A., & Kahneman, D. (1974). Judgment under Uncertainty: Heuristics and Biases. Science, 185, 1124-1131.
Wansink, B., Kent, R. J., & Hoch, S. J. (1998). An Anchoring and Adjustment Model of Purchase Quantity Decisions.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35, 71-81.
Northcraft, G. B., & Neale, M. A. (1987). Experts, Amateurs, and Real Estate: An Anchoring-and-Adjustment Perspective on Property Pricing Decision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39, 84-97.
** 이미지 : AI 활용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