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너무 쉽게 유형으로 구분한다

[조직행동 16] MBTI 등 성격 모델에 대하여

by witsfinder

오래전, 초급관리자로 승진하고 새로운 부서에서 근무 시작한 날이었다. 인사 나누고 책상 정리하고 있는데, 같이 일하게 된 분이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그분은 처음 만난 사이였다.


작은 쿠키 한 봉지와 체크리스트 비슷한 종이 한 장. DiSC라는 성격 진단지였다. 한 번 작성해 보라고 했다. 얼떨결에 체크해서 건네주니, 그분이 옆에 서서 바로 집계를 내고 훑어보았다. 그러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진단지를 돌려주었다.


결과지 그래프에 D와 C영역이 두 개의 높은 봉우리처럼 뾰족하게 치솟아 있었고, i와 S는 계곡 바닥처럼 깊숙했다. D는 주도형(Dominance), C는 신중형(Conscientiousness)이고, i는 사교형(Influence), S는 안정형(Steadiness)이다.


그때는 친해지고 싶어서 재미로 이런 것을 하나보다 생각했다. 지금 돌아보면, 함께 일할 낯선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알아보려 체계적으로 머리를 쓴 것이었다. 그분이 이후 몇 년 간 D와 C가 지나치게 높은 상급자와 같이 일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DiSC 진단할 때 초등학교 다니던 큰 아이가 대학생이 되었다.


이번에도 새로운 부서에 배치받아 일부 직원과 처음 저녁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식사하면서 조금 분위기가 풀리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MZ세대 한 명이 MBTI 유형이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옆에 있던 그 직원의 담당부장은 예상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MBTI 같은 걸 모른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솔직하게 말해 주었다. 그즈음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던 큰 아이가 MBTI에 빠져있었는데, 아이의 강요에 의해 진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회사에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은 대략 소문을 통해서도 서로 상대방 성격이 어떤지 안다. 아마 그 젊은 직원은 새로 온 부서장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테고, 자신이 아는 방법론을 써서 당돌하게 질문한 것 같다.


대답을 들은 그 직원은 다소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부하들이 선호하지 않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사들이 좋아하는 유형도 아니라고 한다. 단점이 많은데, 스스로는 그 단점을 우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종류라고 한다.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가,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멈춘 적이 있다. 한 연예인이 자기 남편 MBTI가 아주 희귀한 유형이라서 같이 살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그 남편이 공교롭게 같은 유형이라서 씁쓸한 기분으로 바로 다른 채널로 돌렸다.


MBTI는 Katharine C. Briggs와 그의 딸 Isabel Briggs Myers가 개발하였다. 내향(Introversion) - 외향(Extroversion), 직관(iNtuition) - 감각(Sensing), 감정(Feeling) - 사고(Thinking), 인식(Perceiving) - 판단(Judging)을 기준으로 16가지 성격유형을 구분한다.


MBTI는 다른 심리유형 진단에 비해 과학적인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2020년대 들어 한국에서 새삼스럽게 일어난 MBTI 열풍이 신기했는지 CNN 등 주요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MBTI가 유행하자 일부 기업에서 그 기업의 문화와 업무 특성에 적합한 MBTI 유형을 제시하고 그것에 맞는 사람을 채용하려 한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성격모델을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성격모델은 대상자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해서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그렇다고 진단(self-report)한다. 그만큼 주관적일 수 있다.


인사관리 분야에서는 보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Big Five 모델을 표준처럼 활용한다. 다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델이다.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의 5가지 기준에 대한 대상자의 보유 수준을 평가한다.


성격모델의 한계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인 '외향성'과 '내향성'에 대해 한 번 보자. 일반적으로 조직 생활이라는 맥락에서는 외향인이 내향인보다는 적합하다고 한다. 경험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는 특히, 특정한 직무에서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행동과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외향인이 업무에 항상 적극적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사교 모임에서는 적극적이지만 업무 회의에서는 소극적인 사람처럼, 외향성이 곧 업무에서 적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Jim Collins는 그의 저서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이끈 경영자들로부터 최고 리더의 다양한 성격을 발굴하였다. 그 위대한 리더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self-effacing), 조용하며(quiet), 말수가 적고(reserved), 심지어 수줍어하는(shy) 경향이 있다'라고 한다.


조직에서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같은 성격 유형 사람들만 모여서 창조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서로 다른 유형이 같이 일하면 약점을 보완하면서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결국 조직은 다양한 성격 유형이 조화를 이룰 때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 참고자료

Collins, J. (2001) 『Good to Great: Why Some Companies Make the Leap...and Others Don't 』. Harper Business.

** 이미지 : AI 활용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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