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시기에는 그 외딴 골짜기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려온다고 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자동차로 한 시간쯤 가야 닿는 곳이다. 내장산 자락에서 출발한 추령천이 휘돌며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한때 가까운 지역에서 지낼 수 있었다. 세계를 휩쓴 질병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자유롭지 않던 해다. 처음 그 골짜기에 갔을 때, 꽃은 이미 지고 있었다.
누군가 구절초 차를 선물했다. 말린 꽃을 머그컵 따뜻한 물에 띄어 놓으면 다시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오랫동안 살펴보았다.
그 후 번잡한 도심과, 지구 반대편, 높은 산속을 여기저기 다녔다. 그리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그곳 인근에서 또 한 해를 보낼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몇 번을 그 골짜기에 찾아갔다. 꽃망울이 맺히고, 분홍 꽃잎이 서서히 흰색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화려하면서도 순수한 그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침 이슬에 젖은 꽃잎은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다시 그곳에 가려면 몇 시간 차를 달려야 한다. 올해는 그 꽃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