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
갈림길이 있듯, 빗방울도 떨어지면 흘러가는 방향이 갈라지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안쪽 골짜기로 떨어진 빗방울은 굽이굽이 400킬로미터 강줄기를 따라 흘러 서울에 닿는다. 잠실과 반포, 여의도를 지나 서해로 흘러간다. 반대쪽에 떨어진 빗방울은 동해로 짧은 여정을 출발한다. 가야 할 바다가 바로 눈앞에 있다. 수평선 위로 떠다니는 배가 보인다.
댓재. 백두대간의 한 지점이다. 영서와 영동지방이 구분된다. 한반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그리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바다 한가운데 울릉도를 볼 수 있다. 단, 아주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 날씨가 맑다고 보이는 것도 아니고, 바다 기상 조건이 맞아야 한다. 운전기사님이 그때 기억이 되살아 나는지 흥분하며 말이 빨라진다. 그의 얼굴에 잠시 그날의 푸른 바다빛이 비치는 듯하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서 한 때 20년 넘게 버스운전하며 여기를 지나다니셨다. 어느 날, 승객 태우고 동해 쪽으로 내려갈 때 도로 보수작업하던 인부들이 버스를 세웠다. 그들이 지금 울릉도가 보인다고 소리쳤다. 기사님은 버스 정차할 곳을 찾아 승객들과 모두 내려 울릉도를 바라보았다. 60대 초반 나이 이르기까지 평생 이곳에서 단 한 번 울릉도를 본 날이라고 한다.
한 여름 폭염으로 대지가 끓어오를 때도 이곳 한낮 기온은 20도 안팎이다. 내륙에서 치솟아 오르는 강한 바람 때문에 사진 찍는 동안 휴대폰을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새해맞이 지역 축제를 이 높은 곳에서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짧은 무대 복장으로 온 초청가수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두꺼운 외투를 빌려 입고 노래 불렀다고 회상하신다.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급커브길. 사륜구동차 운전대를 쉴 새 없이 이리저리 돌리신다. 옛 기억으로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기사님 대신 운전해야 하나 걱정이 된다.
처음부터 그런 행운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울릉도를 보려고 댓재에 들르곤 했다. 결국 그 기대는 한 해가 다 지나가면서 사라져 버렸다. 빗방울이 바다로 향하듯, 다시 어딘가로 흘러가야 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작은 매점이 있었다. 진열대엔 커피와 함께 먹기 좋은 쿠키 몇 봉지가 놓여 있었다. 프랑스산 과자였다. 어떻게 이 산 정상까지 왔을까? 멀리서 날아온 과자 하나처럼, 기억도 잠시 날아가 그곳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