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게 된 것이 우리의 모습을 만든다

[조직행동 17] 각인(Imprinting): 초기 경험이 남긴 흔적

by witsfinder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Konrad Lorenz는 의사이자 동물행동학자였다. Lorenz는 거위나 오리 등 조류 새끼들이 태어나서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인공부화한 회색기러기 새끼들은 그를 어미로 여기며 따라다녔다.


특히, 부화 후 약 13시간에서 16시간 사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하는데, 이때 본 움직임의 대상을 강하게 받아들였다. 이 기간에는 학습이 빠르게 자동적으로 일어나고, 한 번 형성되면 바꾸기 어렵다. 동물행동학에서는 이렇게 갓 태어난 새끼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현상을 각인(imprinting, 刻印)이라고 한다.


각인은 조류뿐 아니라, 생애 초기에 일어나는 빠른 학습 현상 전반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때 형성된 애착, 소속감, 행동패턴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밀림의 타잔은 아프리카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겨졌다. 고릴라 집단이 타잔을 유아기부터 키웠다. 타잔은 고릴라의 동작과 소리, 사회적 규범을 배웠다. 무리 내에서 어미 고릴라의 돌봄, 우두머리의 싸움 방식을 보면서 모방하고 그들의 행동규범을 내면화했다. 나중에 인간 세상으로 돌아와 언어를 배우고 문명을 경험하지만, 여전히 위기나 감정적인 상황에서는 고릴라식 몸짓과 행동을 보인다.


타잔은 문학적 상상에서 나온 이야기 속의 인물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타잔처럼 낭만적이지 않고 슬프고 무거운 이야기다.


1991년, 우크라이나 남부의 한 농가. 사람들이 그 집의 개 우리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 안에서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녀는 네 발로 기어 다녔고, 짖으면서 의사소통을 시도했다. 사람보다 개들과 더 편안하게 지낸 그 아이 이름은 Oksana Malaya였다.


의사와 의료 기록에 따르면 그녀는 선천적 지적장애나 신체적 이상은 없었다. 세 살 때부터 알코올 중독 부모가 돌보지 않아 여덟 살에 발견되기까지 개들과 함께 살았다. 그녀가 배운 것은 기어 다니기와 짖기, 냄새로 탐색하기였다. 그것이 그녀가 본 세상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Oksana는 보호시설로 옮겨져 언어와 재활치료를 받았다.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정도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언어는 미숙했고 감정 표현은 제한적이었다. 이렇게 인간도 초기에 형성된 행동과 정서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조직에서 새로운 구성원이 사회화되는 과정에도 각인 효과가 나타난다. 새로운 구성원은 조직에 들어온 후 초기에 만나는 리더와 동료들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습관과 태도, 신념을 빠르게 받아들인다. 그 조직에서 살아남는 법과 해야 할 행동,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배운다.


새로운 구성원은 기존 구성원들이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 고객이나 이해관계자를 대하는 태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보고할 때 말투 등 비언어적 문화코드를 자연스럽게 각인하게 된다.이렇게 한 번 각인된 것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특정한 자격을 갖추고 유사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조직들이 있다. 그러한 조직은 독특한 일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변화해야 할 때 쉽게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구성원의 각인효과다.


* 참고 자료

Lorenz, K. (1937). The Companion in the Bird's World. The Auk, 54(1): 245-273.

https://en.wikipedia.org/wiki/Oxana_Malaya

** 이미지 : AI 활용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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