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면접과 인간의 존엄성

AI면접의 한계와 활용 ④

by witsfinder

들판이나 산에 피는 야생화를 좋아한다. 대부분 다년생 야생화는 겨울이 되면 뿌리만 남는다. 줄기와 잎은 시들고 말라 사라지고, 그 자리에 꽃이 있었는지 흔적도 없다. 꽁꽁 언 땅속에서 뿌리가 견디고, 다음 해에 다시 싹이 나고 꽃이 핀다. 척박한 땅에서도 강렬한 빛으로 피어나는 꽃은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artificial flower)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조화는 생명이 없다. 생명이 없는데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진다. 물론 조화를 좋아하는지는 순전히 개인 취향이고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다.


채용선발 과정에서 지원자와의 면접은 단순히 능력을 측정하고 점수를 부여하는 일이 아니다.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할 동료로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채용면접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당신은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가?”


면접관은 사람을 판단하는 과정에 여러 딜레마에 부딪힌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신입사원 채용면접에서 두 명의 지원자 가운데 한 사람만 최종 선발해야 한다. 지원자 A는 학점, 프로젝트와 인턴 경험 등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면접에서 답변과 태도도 거의 완벽할 정도다.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린 편이다. 다른 기업에도 충분히 합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원자 B도 학점 등 스펙이 뛰어난데, 취업 준비를 오래 했는지 나이가 30대 초반이다. 면접에서 다소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지만, 뽑아주면 회사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람과 사람이 대화할 때 느껴지는 신뢰감이 분명했다.


이 두 명의 지원자가 모두 우수하기 때문에 누구를 뽑아도 큰 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 면접관은 선발 결정을 두고 고민한다. 능력과 태도뿐만 아니라 조직의 독특한 문화에 누가 더 적합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선발할 지원자에게는 같이 일하게 될 기대감을, 탈락할 지원자에게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것이 사람이 면접에서 판단하는 이다.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에게 면접은 무엇일까? AI는 이런 판단 과정이 없다. 지원자는 데이터일 뿐이다. AI는 입력된 기존 데이터의 패턴 분석과 설정된 기준에 따라 지원자를 분류하고, 점수를 산정하거나 판단 결과를 제시한다. 합격자에 대한 기대나 탈락자에 대한 아쉬움의 감정이 없다. 사람은 판단에 책임을 느끼지만, AI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사람은 삶의 서사를 가진 존재다. 태어나고, 사랑과 돌봄을 받고, 성장하고, 실수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삶이 형성된다. 사람은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의미를 찾고, 성찰하고, 책임을 진다. 평가의 대상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존재다.


AI는 기계이기 때문에 당연히 지원자를 존재로서 대면하지 않는다. 취업은 인생에서 중요한 갈림길이다. AI면접을 위해 지원자를 카메라 앞에 앉게 하는 것은 운명의 결정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이다. 만일 이유를 알 수 없는 점수를 부여하고, 'AI가 판단했다'는 말로 설명한다면 사람의 존엄성은 침해된다.


흔히 조직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파트너라고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판단의 책임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은 모순이다.


면접은 효율성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보는가에 관한 문제다. 기술이 할 수 있는 일과 인간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할 때, 우리는 편리함과 사람의 존엄성을 맞바꾸게 된다.


벌개미취 (해발 1,330미터)
샤스타 데이지 (해발 820미터)
샤스타 데이지 (섬진강변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꽃 (섬진강변에서)
큰금계국 (섬진강변에서)
큰금계국 (해발 820미터)
벌개미취(?) (해발 753미터 백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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