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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07. 2024

사고 안났으면 됐지!

모리셔스 첫 날. 엄청난 친구를 만났다.


 모리셔스에 도착했다!


‘이제 짐을 찾으러 가야지’


입국 심사를 생각보다 빠르기 끝내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짐을 찾으러 갔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나는 픽업을 신청했고, 출구에서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누군가가 날 기다린다는 사실이 고맙고,미안해.’


초조한 마음으로 짐이 나오는 장소에서 30분이상 기다렸지만, 내 짐은 나오지 않았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 사이, 한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잠깐만, 나 짐에 1200유로를 넣어놨잖아. 아 그걸 왜 지금 생각해낸거야..’


나는 화장품 가방을 항시 기내용 가방에 들고 다녀서, 그 사이에 돈을 항상 집어넣는다. 그러다, 이번은 생각보다 맡기는 짐의 무게가 가벼워 돈을 넣어둔 것을 생각치 않고, 화장품 가방을 맡기는 짐에 넣었던 것이다.


‘바보야. 그래도 지금 생각나서 다행이다. 아니면 여행내내 초조할 뻔했네.’


40분이 지나자, 나는 더욱더 불안해졌고, 짐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짐을 챙겨갔고, 내 짐은 나오지 않았다.


드르륵!


거의 마지막에 내 짐이 보였다.


너무 반가웠다. 무거운 18kg짜리 가방이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신나게 밖을 나가 유심을 샀다.


출구를 나서는데, 익숙한 내 이름이 보이고,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미스 지인?”


“예쓰!!!”


그 분은 내 가방을 대신 들어주셨고, 나는 그 분이 반가워 짐을 함께 끌었다.


“제가 들께요. 괜찮아요.”


“아니예요. 기다리는데 오래걸리셨죠. 감사합니다.”



그가 왼쪽에 타라고 손짓을 했다. 한국은 왼쪽에 운전석이 있어서 뒤에 타라는 거구나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


‘아맞다! 여긴… 오른쪽이 운전석이지!‘


나는 그제서야 오른쪽 앞 좌석에 앉았다.


“봉쥬르”


”봉쥬르“


나는 왜 봉쥬르라고 할까 하면서도 그의 인사에 똑같이 답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긴 프랑스의 점령지였던 역사가 있었고 지금도 많은 단어가 프랑스어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봉쥬르였다.


우린 빠르게 서로의 소개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직업, 그의 가족 등등 개인적인 부분까지 금방 들어갔다. 여행하다보면 오히려 처음본 사람과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쉽다. 백지장같은 마음으로 들어주고, 오로지 나의 입장만 들어주는 베스트프랜드 느낌이랄까.


“근데, 나 걱정인 것이.. 실은 한 번도 오른쪽 운전석을 운전해본 적이 없거든. 근데 내일부터 나 혼자 운전하고 다녀야해.”


“아, 그래? 그럼 내가 운전연수 시켜줄까?”


“좋지. 우리 내일도 보는 건가? 너도 서핑 스쿨에서 일해?”


“아니, 난 스쿨과는 상관없이 픽업만 하는 사람이야. 운전 연수는 지금부터야.”


그는 차를 갓길에 세웠다. 저녁 8시, 아무것도 안보이는 칠흙같은 밤에, 그는 나에게 기꺼이 차를 내주었다. 걱정도 되었지만, 누군가가 봐주는 운전연수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나는 운전대를 잡았다.


“여긴 왜 다리에서 멈춰?”


“아까 신호등 있었잖아. 우린 초록불이면, 저쪽은 빨간불이야.”


“응? 신호등 있었어?”


우리 둘다 잠시 침묵했지만 이내 같이 웃었다.


“하하하”


그럴수 있지. 사고 안났으면 됐지.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마 그는 더 놀랐겠지.

비록 첫 오른쪽 운전에, 저녁이었고, 20시간이상 제대로 자지 못한 채로 눈은 충혈된 상태였지만, 우린 운전을 잘 마무리 지었다.


도착할 무렵, 나는 그에게 질문을 건냈다.


“근데 너 참 용감하다. 네 차를 어떻게 나한테 빌려줄 생각을 했어?”


“이거 내 차 아닌데? 이거 회사차야.”


우리 둘은 또다시 침묵을 몇초간 이어가다가 다시 웃었다.


“하하하”


“하하하 너 미친거 아니야? 혹시 사고 나면 어쩔려고 그래?”


“하하하 사고 안났으면 됐지.“


그렇게 첫 날이 지나갔다. 우린 둘다 살짝 미쳐있었지만, 첫 모리셔스의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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