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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05. 2024

끼인 자리도 끼인 자리 나름이었다

언제나 사람이 중요하다


 첫 번째 끼인 자리는 신선했다.

3줄이 나란히 있는 자리였는 데, 창가 쪽에는 딸이 앉아있 고, 복도 쪽에는 엄마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내 가 앉았다.


"혹시 바꿔드릴까요?"


나는 엄마께 여쭤보았다. 내가 체크인을 먼저 해서 둘이 따 로 앉은 것이 아닐까? 혹시 나는 가장자리로 옮길 수 있는 것일까? 잠시 희망을 품었다.


"아니요. 일부러 이렇게 자리를 산 거예요."


그리고 그 둘은 나를 가운데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앉은 자리 위로 물건도 서로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뭐지? 이 사람들?'


반강제적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어느 순간 나도 그 대화에 끼게 되었다. 내가 못 낄 이유는 없었다.


처음은 엄마와의 대화였다.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서, 이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


그녀의 교육관을 듣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엄마와의 대화가 일단락되면, 딸과의 대화로 시작됐다.


"한국에 더 있고 싶어요. 공부만 빼고요."


외국에 사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었다.

딸은 귀여웠다. 엄마의 교육관처럼 아이가 자유롭게 자라난 모습이었다. 낯선 사람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열려있는지 보였으며, 살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


어느 순간 딸은 나를 이모라고 부르고 있었다. 평소라면 나 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며 대답하겠지만, 딸의 이모소 리는 어쩐지 정겹게 들려서 기분이 좋았다.


그녀들과의 8시간은 적당한 수다와 함께 잠이 들며 끝이 났다. 그렇게 난 두바이에 도착했다.



5시간 뒤, 모리셔스행 비행기를 탔다.

 두 번째 끼인 자리는 역시나 순조로웠다.

이번엔 4줄 중 가운데에 앉게 되었는데, 왼쪽에는 부부, 오른쪽에는 아저씨가 계셨다. 막 자리에 도착했을 때 아주머니께서 아저씨의 어깨에 잠 이 들어 있었다.


'사이가 굉장히 좋으셔서 너무 보기 좋다.‘


그 후, 밥을 먹을 때에도, 영화를 볼 때에도 서로를 먼저 챙 겨주며 지내는 모습을 보았다.


'나도 저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비록 그들과 대화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보기만 해도 전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한 아저씨는 굉장히 예의가 바르신 분이었다. 홍콩영화를 보며 중국어 자막을 쓰는 것 잠시 보았다. 일단 한국분은 아니었다. 우리는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아시아인처럼 조용히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리도 최대한 복도 쪽으로 두셨다.

5시간 내내..

덕분에 나는 끼인 자리에도 불구하고 양옆으로 여유 있는 비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아빠다리도 할 수 있었다.




두두두


20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비행기가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부터 모리셔스 첫날이었다. 피곤하고 잠이 왔지만, 마음은 너무 설레었다. 나는 절로 포켓몬송을 흥얼거렸다.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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