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이 아니고.. 2번이나…!
기다리는 동안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여행 가기 전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어, 딸!!! 어디 간다며!!"
힘찬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서 엄마가 혼내라고 했는지, 어쩔 수없이 뭐라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돈도 모아야 하는데, 어딜 가. 그래도 재밌게 놀다 와"
웃음이 났다. 아빠는 이 한마디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역시 결혼 37년 차에 달하는 이 노련함. 칭찬받아야 한다.
"아빠 미안해. 나 너무 답답해. 잠깐 나갔다 올게."
"어 그래그래, 그래도 같이 시간 보내려 했는데 아쉽지만, 잘 다녀와. 건강하게."
난 아빠에게 항공권 시간을 잘못 봐서 일찍 온 이야기를 했 다. 아빠 힝. 하면서 어리광을 부렸다. 지금 먹고 있는 메뉴 까지 줄줄이 말했다.
"아이고 우리 헐렁이. 헐렁이가 헐렁이짓 했네. 그래도 안 늦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역시 아빠는 척하면 척이다. 아빠 37년 차에 달하는 티키 타카. 그러면서 내 걱정까지.. 완벽했다.
"헐렁아, 항상 메모하는 것 잊지 말고.“
"응. 꼭 메모할게. 항상 쓸게."
두 번째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 가방 들고 오느라고 힘들었어. 힝"
"그걸 왜 들고 가!! 날 불러서 차 타고 내려달라고 해야지!!“
언니의 걱정하는 말을 들으니, 힘들게 들고 온 가방이 하나 도 무겁지 않았다.
"아냐.. 걸어서 10분만 참으면 되지. 그걸로 언니를 왜 불 러..."
"그래도 그 가방을 들고 고생했다. 고생했어. 너희 집 벽지 는 걱정 마. 내가 3일에 1번 확인해 줄게. 너희 집 물바다면 모리셔스에서 오라고 할 거야. 모리셔스 물 그만 보고, 너 희 집 물이나 보라고. “
유쾌한 언니의 농담에 난 공항에서 소리 내서 한참을 웃었 다. 언니는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할까. 우리는 그렇게 한참 을 떠들었고, 시간은 지나 체크인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저기.. 제 자리가 궁금해서 그런데요. 저 혹 시 불길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데요. 혹시 저 끼인 자리인가 요?"
직원분께서 확인하신 뒤, 난감한 미소를 지으셨다.
"네 인천 -두바이도 끼인 자리고, 두바이-모리셔스도 끼인 자리이십니다. 끝자리는 아예 없네요."
"그럼 마음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그럼 짐은 중간에 안 찾아도 되나요?"
"네 모리셔스에서 바로 찾으시면 됩니다."
"그건 좋네요.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는 무거운 짐 2개에서 해방되었고, 출국 심사 후 최대한 빨리 비행기 타는 입구에 와서 누워있었다. 사람들 몰리기 전까지 최대한 다리 뻗고 있다.. 좋아. 좋아. 난 할 수 있다.
드디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