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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08. 2024

신혼여행지에서 혼여행합니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 그곳을 여행했던 친구들에게 정보를 물어보거나, 친구가 사는 곳을 방문하거나, 아무 생각 없이 그곳의 비행기티켓을 샀는데, 그곳에 사는 친구와 친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혼자 여행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고, 더욱더 혼여행에 대한 장벽이 낮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여행은 뭔가 달랐다.


 일단, 모리셔스는 에어비앤비여도 주로 아파트형식이거나 호텔이기 때문에 숙소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순 없었다. 이 것이 내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커피를 마시며, 아침밥을 먹으며, 저녁밥을 먹으며, 한 테이블에 앉아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다 보면 쌓이는 정이 있다. 그것이 하루이틀로 시작하여, 일주일이 넘어가면, 웬만한 서로의 사정을 알거나, 친구의 정이 싹트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이 넓은 집을 혼자 쓰면서 좋은 뷰를 바라보면서, 혼자 이곳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사람을 만나려 노력했던 것 같다.

친구들이 건네준 로컬친구에게 연락해 보며, 식사도 같이 하고, 하이킹도 같이 따라갔다. 모리셔스 전의 여행에선, 이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면 서로 이야기도 하면서 돈독해졌었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


 어쩌면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이였고, 나만 새로운 사람인 것이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것, 나에 대한 것, 모리셔스를 여행하면서 알아야 할 것들을 대화의 주제로 삼으며 나를 대화 속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했다. 나도 참여했고, 대화했고, 노력했지만, 뭔가 느낌이 다름을 모두가 알아차리는 데까진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았다.


나도 그들에게 번호를 물어보지 않았고,

그들도 나의 번호를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시들해졌다.




나는 카이트서핑을 한다. 카이트서핑은 페러글라이딩과 서핑을 접목한 스포츠로, 쉽게 말하면 ‘바람을 이용한 서핑’인 셈이다. 몸에 연을 매달고, 바다 위를 누비는 그 느낌은 자유로움의 끝판왕이다. 보트가 없어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바람만 있으면, 내가 가고 싶은 바다로 갈 수 있다.


 카이트서핑을 하면서 좋은 점은 해변을 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만나는 데 어렵지 않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쌓여 1주일이 넘어가면, 웬만한 사람을 알 수 있다. 자유로움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대화를 시작하기도 쉽다.



모리셔스를 방문하기 전까진 적어도 그랬다.


 카이트서핑을 즐기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인 바람이, 내가 방문한 후부터 약해서였을까.



 내가 해변을 방문할 때에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그나마 가끔 대화하는 사람들은 여기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즉 나를 고객으로 보는 사람들뿐이었다.


 ‘내가 아시아인이어서 피하는 건가?’




6일째 넘어가던 날에 한 명의 친구도 만들지 못하자, 별 생각까지 다 들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다. 이제까지 많은 국가를 방문하면서 내가 아시아인어서 피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님 초보를 위한 장소와 다음 레벨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가 달라서였을까. 나는 주로 초보장소에서 카이트서핑을 즐겼는데, 그나마 도와주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외의 모든 사람들은 혼자 온 사람들은 찾기 힘들었고, 모두가 다 그룹으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었다.




‘굉장히 독특한 문화네.’


오히려 외국에서 솔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독 이곳만 솔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 없다니 역시 신혼여행지의 천국, 모리셔스였다.


 나는 장비를 정비할 때마다 나를 도와줄 누군가를 찾아야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그 해변가에서 두리번거리며,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을 항상 찾았다. 왜 그때만 되면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이 모든 상황이 서운했다.


 어제 이야기를 했던 친구가 오늘은 날 보며 슥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겨우 연락처를 교환한 친구는 답을 하지 않기 일쑤였다. 몇몇 남자는 짧은 대화 후에 남녀간의 관계를 원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작은 사건들이 모이고 모이니, 나는 점점 위축되었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기대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렇다.

6일째 나는 군중 속 고독을 제대로 즐기고 있다.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는 이 기분, 새롭다.


이게 모리셔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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