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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09. 2024

포기할 수 없지

3주의 인생이 걸린 선택

 

 둘째 날이 되었다. 나는 아침에 호스트와 간단한 수다를 떨고 다시 한번 운전연수를 부탁했다. 그는 멈칫 히더니, 승락했다.


 “좋아. 우리 기름 넣으러 갈래?”


그는 또다시 멈칫 하더니, 좋다고 하였다. 나는 내가 뭔가 실수를 하고 있나 싶다가도, 아니다싶으면 본인이 말하겠지라며, 그 생각을 넘겨버렸다.


“내가 그 큰 공간을 혼자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렇다. 나는 호스트에게 방 하나를 빌렸고, 호스트는 나에게 3층 전체를 주었다. 보통 사람이면 즐거워하겠지만, 혼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난감했다. 혼여행이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나려 모든 마음이 오픈된 나로선, 매일 공용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다른 방 보여줄께.”


호스트는 쿨했다. 나는 그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졌다.


“지인 우린 왼쪽도로야.“


잠깐 올라간 기분은 나를 도로에서 역주행하게 만들었고, 그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나도 잠시 마음을 차분히 하고 운전에 집중했다. 어제의 운전연수 덕분인지, 처음 한 실 수 이후에는 무난히 운전했다.


”더 가야해?“


그렇다. 내가 있는 ‘르모른’이란 지역은 주유소가 없었다. 우린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가 한 멈칫의 의미를 깨달았다.


“미안해. 난 이렇게 먼 줄 몰랐어. 그래도 처음에 기름 같이 넣어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그는 역시나 쿨하게 대답했다. 집으로 다시 돌아오니, 이제 혼자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감이 생겼다.


“지인, 새로운 방 보러갈래? 그곳에 묶을지는 너가 결정해.“


나는 그와 함께 새로운 방을 보러 따라갔다. 넓은 공용공간과 오락공간, 함께 바베큐를 하는 정원까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두근거림으로 가득차서 문을 연 방에 침대 옆에 바로 화장실이 붙어있으며, 화장실엔 커튼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화장실 옆엔 세면대가 있었다.


‘이건 아닌데.. 난 3층 뷰 가격까지 냈는데, 이런 지하방에 또다시 원룸생활은 싫어’


결정적으로 방에 옷장이 없고, 나가는 복도에 있는 옷장을 써야만 했었다. 즉, 모든 짐과 함께 방에서 사느냐, 분실의 위험을 안고 옷장에 짐을 두느냐를 선택해야만 했다.


“좋아? 최근에 리모델링 한거야.”


그가 뿌듯하게 말했다. 나는 애써 웃어보였다.


“엄청 귀여운 방이네. 여기 묶을까?”


나는 대답하면서 어떻게 거절하지 수백번 생각했다.


“근데 여기 있으면 너가 보는 그 뷰는 포기해야해”


그.. 그래!!!! 뷰가 있었지! 나는 거절할 이유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건지..


“그러네, 뷰가 없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리네. 조금 생각해보고 답변을 줘도 될까?“


“좋아. 대신 오늘 이 방에 들어오기로 한 사람이 있는데, 너에게 먼저 선택권을 줄께. 빨리 답변을 줘야해.”


암 그렇고 말고. 나는 당장 답변을 줄 수 있었으나, 10분 뒤에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


- 역시 뷰는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래도 예쁜 방 보여줘서 고마워.


그에게 답장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난 좋았다.


개인 방에 있는 침대, 작은 서랍장, 큰 옷장, 넓은 거실, 부엌, 화장실, 개인 테라스가 3주간 내 것이었다.


그래 좀 외로우면 어때

뷰 보는 맛이 살면 되었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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