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Aug 12. 2024

호스트의 그녀, 같은 여자라 이해합니다.


 처음 이상함을 알아차린 건, 세 번째날이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새로운 보드를 시도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던 차에, 그가 자신이 가진 보드를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했다.


‘너무 고맙잖아!!’


나는 당연히 좋다고 하였고, 그는 해변에 있는 비치에서 자신을 찾으라고 했다. 무료로 빌려주더라도, 무언가 마실 것이라도 선물하고 싶었던 나는 마트에서 간식거리와 맥주를 챙겼다.


 “여기에 호스트 있나요?”


그가 말했던 깃발 앞에는 한 여자가 서있었고, 나는 그녀에게 그의 행방을 물었다.


“레슨 받으러 왔나요? 그는 조금 있다 올 거예요.”


잠시 후 그가 왔다. 방금 집에서 봤지만, 보드를 빌려준다고 하니 반가웠다.


“간단한 조언을 줄게. 너는 스탠스가 구피야, 레귤러야?”


“응! 나는 구피가 아니야. “


순간, 레귤러 단어가 생각이 안 났던 나는 구피의 반대말을 떠올려 대답했다. 나의 대답이 시덥잖았는지, 그는 나를 툭 밀었다.


“어 레귤러 맞네.”


처음 내디딘 발을 보고야 나의 말을 믿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나 레귤러 맞다니까.”


그는 보드를 사용할 때의 발의 위치를 간단히 가르쳐주었고, 나는 그의 정확한 설명에 바로 이해했다.


“피자 먹을래요?”


그의 친구들이 와 피자를 건넸고, 나는 감사하다며 한 개를 집었다. 이렇게 이 친구들과도 안면을 텄구나. 하던 차에, 처음 보았던 여자가 호스트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평범한 커플이 하는 대화였다.


‘귀엽다.’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듣고 있던 차에 그녀의 시선이 약간 서늘한 것을 느꼈다. 질투였다. 혼여행하는 여자는 쉽사리 이런 상황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나는 금방 눈치챘다. 이해했다. 여자가 자신의 남자와 계속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여자가 기분이 좋겠는가. 내가 그녀여도 충분히 질투할 수 있을만한 상황이었다.


‘최대한 호스트에게 떨어져 있어야겠는걸.’


살짝 억울하기도 했지만, 나는 함께 마시려 가져왔던 맥주 2캔을 내려놓았다. 나머지 맥주 4캔을 가지고, 함께 마셔줄 새로운 친구를 찾았고, 그들과 간단한 수다를 떨었다.


얼마 뒤, 소강상태가 되었길 바라며, 슬금슬금 빌린 보드를 조용히 타볼까 준비를 하는데, 호스트가 나왔다.


“내가 널 보고 있을 거야.”


안심하고 타라는 의미겠지만, 나는 웃으면서 난감했다. 어디선가 그녀가 화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미치겠네. 혼자 타도 되는데.. 괜히 호스트한테 빌려달라고 했나. 그렇지만 무료가 좋은데 나는.‘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하며, 바다로 들어갔고, 생각보다 나는 그의 조언대로 보드를 탈 수 있었다. 약 30분 정도 탔을 때쯔음 나는 바다에서 나왔고, 그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알맞은 타이밍에 나온 나를 칭찬했다.


“생각보다 잘 타던데?”


“너의 조언이랑 보드가 좋았어. 고마워.”


나는 그에게 빠른 감사와 칭찬을 보내고, 최대한 빨리 내 차로 도망갔다. 로컬 여자에게 밉보이면 어떤 방식으로 보복이 올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빨리 그와 멀어졌다.



다음날, 나는 해변을 가기 위해, 집 마당에서 정리하던 차에 호스트를 다시 만났다.


“해변에 가려고? 조금 있다 해변에서 보자.”


간단한 인사를 하던 차에, 그가 진행하는 돌고래와 고래 투어의 가격에 관해 물어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친구인 건지 다른 여자가 우리 둘 사이에 들어와 나를 째려보았다. 이건 명백한 경고였다.


‘억울하네. 호스트와의 여행은 안 되겠어. 다른 업체를 알아봐야겠네.’


친절하게 대해준 호스트를 봐서라도, 나는 그를 통해 투어를 짜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시선을 받으면서까지 진행할 생각은 없었다. 이 사실은 그도 알고 있겠지. 내가 더 이상 관여할 문제는 아니었다.






 실은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진 이 느낌이 정확한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내가 예민하게 반응했을지도 모른다는 애매한 상황들도 겹쳐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의 생각을 정리해줄 타이밍을 마주했는데…계단에서 그녀와 일대일로 만나게 된 것이었다. 한국에서의 사회스킬을 물로 보지 마라.


“하이!!”


나는 모르는 척 그녀에게 인사를 걸었다. 그녀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하이…”


말끝을 흐리며 그녀가 겨우 답했다. 그래 질투가 맞았다.

보드도 까짓 거 다른 곳에서 빌리자.

보드를 무료로 빌리다가, 나의 평온한 휴가를 망칠 순 없지.


모르는 척.

인사만 할 거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투자할 시간은 없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고 그들에게만 집중하기에

3주의 시간은 짧다.



이런 일이 있었으니, 곧 좋은 일도 올 거라 믿는다.


지랄 총량의 법칙.

이번 여행의 지랄은 이걸로 끝나길 바라본다.

나와 맞는 사람들이 찾아오길,

그리고 찾아올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전 11화 폭포야 보고 싶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