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여행을 왜 택하지 않았을까
나는 나의 선택을 후회했다. 진심으로.
6번째 날 나는 아침에 눈물을 흘렸다. 상황이 왜 이지경까지 왔을까. 모리셔스까지 와서 왜 이럴까. 남들은 날 부러워할만한 상황인데, 난 왜 기분이 저조할까.
눈을 떠도 하나도 신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야할지도 몰랐다. 그래도 카이트서핑을 타야지하면서, 아침에 차에 장비를 실었다. 그 순간, 내가 아는 차가 내 옆을 지나갔다. 어그제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하이킹도 같이 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었다.
별로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 우는 도중인데, 억지로 웃고 싶지 않아서 일부로 못본척 짐 정리를 했다. 5분간 억지로 해야할 일을 찾아 정리를 끝내면서 그 친구가 지나간 자리를 보았는데, 그 친구가 서있었다. 나는 억지로 걸어가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 굿모닝!”
“안녕! 오늘은 바람이 약하네.”
“그러게 그래도 나는 해변에 가보려고. 오전에 일도 끝냈거든.”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다시 물었다.
“너 휴가중 아니야? 오전에 일을 했어?”
“응 메인직업은 따로 있고, 휴가중에는 글도 쓰고, 블로그도 하고, 그림도 그려.“
“이야 그럼 계속 무언가를 하는거네.”
“그렇지 뭐. 오늘 오후에 해변 갈꺼야?”
“응 한 오후 2시쯤 나가볼까해. 해변에 너 있으면 그 때 보자.”
우리는 대충 시간 약속을 잡고, 그렇게 헤어졌다.
역시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여기서 잡았던 모든 약속들은 이루어진 것들이 거의 없었다. 저녁에 피자먹으러 가자는 친구는 이후에 답이 없었고, 어제 해변에 봤던 친구는 오늘 날 보고 인사하지 않았다. 오후에 서핑하러 간다는 친구는 4일 내내 볼 수 없었고, 난 해변가에서 계속 혼자였다.
나는 해변으로 혼자 운전하면서 되새겼다.
‘괜찮아. 혼자있는 것이 뭐 어때서. 자유롭기만 하는구만!’
역시나 그날도 식사를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를 볼 수 없었고, 혼자 3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탔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스포츠는 더이상 이곳에서 즐겁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우울했다.
띠리링!
샤워를 막 마치고 나오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지인! 우리 밥 먹으러 갈꺼야! 같이 갈래?”
지난번에 같이 밥을 먹었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내키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랑 맞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 사람들이 노력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그래, 나도 한번더 노력해보자. 이번 식사에서 또 달라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 나 갈래!!!”
“응! 5분 뒤에 나올래?”
“잠시만, 나 머리만 금방 말리고 나갈께.“
나는 또다시 희망을 품고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나도 이 사람들도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레스토랑에 가는 도중에 새로운 친구가 차에 탔다. 그녀는 푸른 눈이 참 예쁜 사람이었는데, 대화할 때 유독 눈을 마추치며 살짝 웃었다.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마음이 갔다. 그녀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인디언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사람들은 긴 테이블에 쭉 앉기 시작했다. 나는 살짝 난감했다. 아직 이 사람들과도 가까워지지 않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온다고 한다. 운전하면서 가는 동안 이 사실을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어색하게 나는 자리에 앉았다.
우리는 15명이 넘는 큰 그룹이었고, 식사메뉴를 정하고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의 영어가 오고가는데,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영어단어를 이해할 수 없으면, 중간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다시 물어보는 편인데, 이번엔 많은 사람들이 듣는 대화의 흐름을 막고 싶지 않아 묻지 않았다. 나는 점점 더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고, 대화에 전혀 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상황을 설명해도, 이해해줄만한 사람은 이 속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최대한 이해해보려 노력했고, 그속에서 최대한 대화하려 했던 것 같다.
나는 점점 지쳤지만, 사람들은 식사가 끝난 뒤에도 계속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만약, 친구들과의 식사였더라면, 나도 기꺼이 즐거웠을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친구들은 다시 나를 집 앞으로 데려다 주었다. 드디어 집이구나. 조금 있으면 쉴 수 있겠다라는 생각뿐이었다.
“지인, 잘 지내고, 재밌게 타고, 즐거운 상처도 만들고.”
내일 모리셔스를 떠나는 친구가 마지막 인사를 건냈다. 그 친구는 오늘 오전에 해변에 온다던 친구였다.
“응 잘 지내.”
다시 보자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게 끝일 것 같았다.
나는 곧장 운전해준 친구에게 인사를 건냈다.
“조심히 운전해. 오늘 즐거웠어.”
“조심히 운전하라고?”
운전해 준 친구는 내 말에 어색하게 웃었다. 한국에서는 헤어질 때 종종 ‘조심해서가’는 말을 지주 했는데, 습관대로 말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다. 그 친구와도 어정쩡하게 끝냈다.
그것이 그 그룹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