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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ug 15. 2024

마음을 열고, 눈을 마주치고,

살짝 웃으면 언제든 친구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어젯밤의 일이 생각나고, 나는 살짝 억울해졌다. 물론, 친구는 사귀고 싶다.


 ‘여행 중에 이렇게까지 그룹에 들어가려 노력해야하나?’


 그럴 필요성이 없었다.

어차피 나는 3주 뒤에 떠날 사람이었다. 다만,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고, 2주간 더 이곳에서 이렇게 지내야한다는 사실이 힘들었다.


띠링!


호스트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너 방옆에 드디어 새로운 친구가 올꺼야. 다른 게스트하우스 건물에 중국 친구도 3일동안 머물꺼야.


호스트는 나의 이런 상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걱정과 배려가 담겨 있는 문자에 나는 또다시 힘을 얻었다.


‘다시 힘내고, 일단 하이킹 다녀와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


 모리셔스에는 산을 타는 하이킹 코스가 많은데, 그 중 르모흔 하이킹투어는 여행객들의 필수코스 중의 하나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몸을 풀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 3시에 일어나, 4시30분에 하이킹장소에서 독일가족과 호스트와 만났다.


“르모흔 하이킹 투어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섹션1과 섹션2로 나뉘어 올라갑니다. 섹션1은 경사가 완만하여 가볍고 빠른 속도로 등반합니다. 섹션2는 경사가 가파르지만, 제가 가장 안전한 코스로 안내할 예정이니, 잘 따라오시면 됩니다. 여기는 제 친구로 오늘 저희와 함께 등반하려 합니다.“


 호스트의 목소리는 잔잔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이 곳이 자신의 두번째 집 같다고 하며, 이 곳을 존중해달라 재차 당부했다.

 독일가족은 부부와 딸, 이렇게 3명이었다. 새벽이라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잘 볼 수 없었고, 서로의 헤드라이터를 보며 인사했다.


 등반은 시작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까. 부부가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뒤쳐지기 시작했는데, 호스트는 호스트의 친구와 이야기하느라 뒤를 챙기지 않았고, 거리는 점점 더 벌어졌다.


“속도를 줄여주세요.”


딸이 참다 못해 호스트에게 말했다. 호스트들은 잠시 느려지다가 다시 빨라졌고, 이번엔 내가 참다 못해 말했다.


“속도가 느린 분들에게 맞춰주셨으면 해요. 한 분은 뒤에 가서 백업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들은 잠시 주춤하더니, 한 명이 뒤로 가서 부부의 속도에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둘은 앞으로 모여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길은 하나입니다. 거리차가 벌어지면 앞에서 기다릴테니,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서 오세요.“


 배려해달라 두 번이나 말했음에도 호스트가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부부는 아무말 없이 그들의 속도에 최대한 맞추려 노력했다. 결국, 중간에 남편분이 쉬겠다며 포기했다. 아내분과 딸은 등산을 계속했다. 점점 가파른 길이 나오는데, 두 손을 모두 사용하여 거의 기어가야만 했다. 손으로 나무를 잡기도 하고, 튀어나온 돌을 잡기도 하며, 한 발 한 발 나아가는데에 집중했다.


호스트는 어디에 발을 짚으면 안전한지, 어디를 잡고 올라가면 수월한지 한 명, 한 명 봐주기 시작했다. 2/3쯔음 올라갔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다.


‘아, 해뜨는 시각을 맞추려 했구나. 호스트는 호스트만의 페이스가 있고, 그만의 방법이 있는데, 나는 내가 생각한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를 존중히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렇다. 부부의 속도가 너무 느려서 우린 2시간을 꼬박 하이킹을 해서 겨우 정상에 오를 수 있었고, 해는 등반도중에 이미 뜨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최대한 정상에서 뜨는 해를 볼 수 있도록 팀의 속도를 조절했던 것이다.


정상의 바람을 맞으며,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사진 찍을래요? 저기에 아주 좋은 포인트가 있어요.”


호스트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아까 그렇게 말해서요. 당신은 당신만의 방법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좋은 광경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괜찮아요.”


그가 멋쩍게 웃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그도 웃고 나도 웃었다. 그가 말한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독일 가족이 나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사진 같이 찍을래요?”


엄마분이 환하게 웃었고, 딸도 수줍게 웃으며 우리는 사진을 찍었다. 살짝 닿은 손끝이 간지러웠다. 잠시나마, 나는 외로움에서 벗어났다.



멋진 모리셔의 풍경이 내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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