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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주차장의 두 어르신

주차장에서 뜻밖의 남편 인생 모토를 들은 여자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였다.

빌딩 무료 주차 공간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건물 앞 노상 주차장에 유료 주차를 했다.

남편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 나 여기 주차하기 싫은데..."

"왜? 여기 주차 아저씨가 불친절해서?!"

"응! 나만 느끼는 걸 수도 있는데, 화가 많아"

"그래? 화가 날게 뭐가 있지? 주차한 시간 대로 계산하면 되는데~"

"그러니까 말이야~ 암튼 약간 이상해!!"


가게에 들어가 저녁 메뉴를 주문하고 있는데, 남편 전화기가 울렸다.

"글쎄요?! 한 시간 정도 걸릴 거 같은데요."

전화를 끊은 남편에게 물었다.

"왜? 주차 아저씨야? 뭐라셔?"

"응! 주차 얼마나 할 거냐고, 물어보시네!"

"엥? 그거를 왜 물어보시지? 혹시 퇴근 하셔야 해서 그러신 건가?"


잠시 후, 저녁을 먹고 차로 돌아간 우리는 차 유리에 주차 요금표가 없어서 갸우뚱했다.

일단 차에 타서, 아저씨를 찾았지만 자리에 없으셨다.

할 수 없이 차를 천천히 움직이며, 아저씨를 찾았다.

"저기! 아저씨 저기 계시네~~"

"아저씨 저희 지금 나가는데, 주차 표가 없어서요 그냥 가도 되는 건가요"

갑자기 아저씨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씀하신다.

"30분 넘게 계셨으니까 천 원 주세요! 내가 한 시간 있을 거 같다고 해서 일부러 주차표 안 올려놨어요

그냥 천 원만 줘요!"

"근데 30분에 900원 아니에요?"

"참! 네! 어휴! 아니 내가 그냥 천 원으로 봐준 거라고..."

둘 사이의 이상 기류를 감지한 내가 재빠르게 카드를 내밀었다.

"네네! 알겠어요 천 원 빨리 계산해 주세요"

남편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한다.

"내가 그랬지? 이상하게 짜증부터 낸다고. 아니 봐주는 게 어딨어? 시간만 계산해서 요금 받는 거지

그리고 누가 봐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러게! 돈 깎아 주셨다는데 하나도 안 고맙네~"


며칠 후, 공교롭게도 그 근처에 주차를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이쪽에는 다른 주차요원 아저씨가 계셨다.

인상이 좋은 아저씨가 우리 쪽으로 주차요금표를 주러 오고 계셨다.

나는 아저씨를 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일 보고 올게요~"

"네! 천천히 일 보고 오이소~~~"

역시 인상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말투에도 전해졌다.

남편도 아저씨를 향해서 짧게 목례를 했다


잠시 후, 일을 보고 차를 찾으러 갔다.

아저씨가 멀찍이 계셨다. 남편이 아저씨 계신 곳으로 가더니, 계산을 하고 온다.

남편은 90도로 허리를 굽혀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린다.

남편은 찡긋 하면서 웃고 있다.

"어르신이 뭐라셨어?"

"아! 아침부터 친절한 사람들 만나서 오늘은 하루가 잘 풀리겠네 하셨어~"

"진짜?! 어르신 되게 좋으시다~~!"

"응! 좋은 사람들한테는 더 친절하게 나쁜 사람한테는 더 못되게! 그게 나의 인생 모토야~"

남편의 직관적인 모토를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꽤 통찰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대해 왔다. 때로는 불쾌한 일이 있어도 애써 좋게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소란이 일어나는 것도 싫고 혹시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남편의 모토를 듣고 보니, 그게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게 좋은 거! 나쁜 건 더 못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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