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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된장블럭 너 물건이구나!

동결건조국이라는 신세계를 맛본 여자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일이었다.

"옛다! 이거 가져가서 먹어라~"

"오마마! 이게 뭐임?"

"캠핑 갔을 때, 친구가 가져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주문했어! 집에서 써봐!"

"그래? 난 이런 거 잘 안 쓰는데, 암튼 고마워 한 봉지만 가져갈게~~"

그것은 뜨거운 물만 부으면 국이 되는 동결 건조국이었다.

나름 요리하는 여자 자부심이 있는 나는, 그것이 인스턴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쓸 일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는 집에 가지고 와서 잊어버렸다.


오늘 아이들이 하교하고, 급하게 간식을 챙기게 되었는데, 엄마 병간호 때문에 며칠 비운 상태라, 식재료가 별로 없었다. 냉장고를 열심히 뒤져서, 냉동에 사다 놓았던, 치킨 안심 돈가스를 찾았다. 치킨 돈가스를 오븐에 굽고, 밑반찬을 꺼내는데, 돈가스의 느끼함을 달랠 반찬이 마땅치가 않았다. 샐러드를 할만한 야채가 없었다.

된장국이나 미역국을 보통 얼려 놓고, 급할 때마다 데워서 쓰기도 하는데, 오늘은 그것마저 떨어졌다.

그러다, 불현듯, 지난번 언니가 준 동결 건조국이 생각이 났다.

'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구먼~ '

갑자기 신이 난 나는 냄비에 물을 끌이고, 봉지를 뜯었다.

직사각형의 노란 블록을 꺼내, 끓는 물에 넣었더니, 금세 형태가 사라지고 물에 녹는다.

바글바글 끌어 오르는 국을 떠먹어보았다.

'웬일이니~이거 진짜 곤드레네! 엄청 부드러워~~'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된장 콩알 알갱이가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조선 된장맛이다.

시래깃국 같은 깊은 맛이 있으면서, 곤드레 특유의 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고춧가루를 반스푼 첨가 했다. 칼칼한 것이, 후루룩 넘어가니, 속이 편안한면서 든든하다. 이거라면, 돈가스의 느끼함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아침 식사 대용으로는 손색이 없을 듯하다.

여행 갈 때 너무 좋을 것 같았다. 캠핑 때 썼다는 언니의 말이 머릿속에 흐르는 듯했다.

인스턴트이지만, 집에서 얼린 냉동국 같은 느낌이었다.

동결건조국이라는 신세계와 만난 나는 앞으로 자주 이용할 것 같다. 언니한테 두 봉지를 받아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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