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개구쟁이 스머프 메모리게임

메모리게임 천재에게 백패 한 여자

개구쟁이 스머프 메모리게임이라는 보드게임이 있다.

치킨차차와 비슷한 게임이다.

카드를 뒤집어 똑같은 그림의 카드가 나오면 가져가는 게임인데, 많이 가져가는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나의 그녀 그러니까 둘째 아이는 이 게임에 타고난 천재다.

치킨차차라는 게임도 그랬는데, 이 스머프 게임은 카드가 훨씬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더 잘한다.


문제는 그녀의 승부욕이 남다름에 있다.

나는 그녀를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는데, 그녀는 매번 나를 이기고 싶어 한다.

잘하는 사람이 더 이기고 싶어서 더 잘하려고는 하는 일종의 아이러니가 생긴다.


예전에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데, 아이들과 게임을 할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봐주면, 다른 곳에 가서도 당연히 이기는 줄 아는데, 엄마 아빠가 최선을 다해 게임에 응하면,

게임이건 세상이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의 게임에 항상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백전백패다.

어찌 그리 집중력이 좋은지 모르겠다.

한번 보면 그 자리를 잊지 않고, 나름 특징을 지어서 카드를 외워서 연결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진짜 내가 봐주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데, 번번이 진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겨 보리라 생각하지만, 결론은 항상 안타깝게 진다뿐이다.


어쩔 때는 누가 어른이고 누가 아이인지 모를 정도로, 신경전이 오간다.

그녀는 긴장하지 않은 척 노래를 하면서, 나의 신경을 돋우고, 나는 빈정거리는 말투로 그녀의 비위를 건드린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 랄것도 없이 뒤집기에 성공하면 앗싸! 를 크게 외친다.

내면 깊은 곳에 올라오는 환호의 소리이다.


늘 그녀가 이기지만, 사실 엄마를 이겨 보겠다고 게임을 하는 그녀가 고맙다.

이제 고학년이 되면,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방문을 잠그는 날이 올 텐데, 아직까지 이렇게 찾아주니,

그저 예쁘고 고마울 뿐이다. 오늘 이렇게 열심히 게임하는 날을 그녀가 꼭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엄마 우리 그때, 스머프 게임 재미있지 않았어?"라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수영장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