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해물 천국탕의 추억

해천탕과 조우한 여자

예전 살던 동네에 가게 되었다. 아침부터 아이들을 보내고, 분주 움직였다.

친했던 지인이 말레이시아에서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다 같이 만나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그런 사람들이기에, 날짜가 다가올수록 설레었다.


만나자마자 서로 소리를 지르고, 껴안고, 울컥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커피를 시켰다.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수다가 이어졌다. 모두 학부모라서, 각자 아이들의 진로에 대한 걱정, 사교육에 대한 걱정, 건강에 대한 걱정 등등을 한바탕 털어내고,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들도 하다가, 시댁 이야기도 하다가 끝없는 새로운 대화가 이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것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각자의 상황에 몰입하여, 내일처럼 마음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가 간 곳은 바로 나의 최애 맛집 해물 천국탕 집이다. 줄여서 해천탕!

알게 모르게 연예인의 찐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도 하다. 이곳은 정말 천상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해산물과 고기 샤부샤부의 만남이라고 할까?!.

먼저 냄비 한가득 가리비, 전복, 새우, 홍합이 그득한,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 문어 한 마리를 통째로 넣는다. 바글바글 끓여낸 육수에 살짝 문어를 담가 익혀준다. 쫀쫀하고 탱글 탱글하게 익은 다리살을 초장에 찍으면, 소주가 절로 입으로 들어와 촥 감기는 맛이다. (오늘은 대낮이라 소주와는 함께 하지 못했다.)

천천히 육수를 끓이며, 전복과 가리비를 다 먹으면, 중간에 닭 한 마리가 숨어 있다. 가위로 정확히 가운데를 잘라 다리 두 개, 날개두 개를 오리고, 4등분을 한다. 이번에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닭살이 입안에 촥 와서 감긴다.

이때부터, 살짝 배가 불러옴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작은 미동에 현혹되면 안 된다.

약간의 소화를 위해 막간의 수다를 계속 떨어서, 위장운동을 촉진시켜본다. 이제 닭은 다 걷어내서 먹었으니, 칼국수 사리를 넣어야 한다. 칼국수가 익어가는 동안, 시원하고 떠껀한 국물을 들이켠다.

땀이 나면서 몸이 시원해 짐을 느끼고, 곧바로 한 숟가락 더 뜨면, 다시 몸에 활기가 돈다.


내가 이 해천탕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도 천상의 맛이지만, 이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국물 한 숟가락에 피로를 풀고, 국물 한 숟가락에 수다를 풀고, 국물 한 숟가락에 위로를 얻었다.

아마도 그런 기억이 이곳을 더욱 그립게 하고, 늘 오게 하고 싶어 하는 거 같다.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졌지만, 이곳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만날 때까지 한 숟가락씩 꺼내어 보기로 한다. 걸어오는 길에 눈이 내려, 더욱 잊지 못하는 그런 하루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정엄마 생일상이 이정도는 돼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