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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치있는 스텔라 Mar 11. 2024

친정엄마 생일상이 이정도는 돼야...

손이 커도 너무 큰 여자

주말 정여사의 생일로 온 가족이 다같이 모였다. 생일상에는 음식이 빠질 수 없기에 며칠전 부터 언니와 메뉴를 고민했다. 정여사의 생일이니, 어른 위중의 상차림을 구성하고,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준비한다.


대부분 내가 요리를 담당하지만, 정여사 만이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 바로 낚지 볶음과, 도토리묵 무침이다.

정여사의 전매 특허 요리로, 우리 모두 좋아하는 요리이다. 파는 것보다 맛있고, 정여사만이 이 맛을 낼 수가 있다. 내가 아무리 연습해도 그 맛의 간극은 절대 따라 잡을 수 없다. 특히 도토리묵은 정여사 직접 쑤어서 만드는데, 양념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고소한 참기름이 쌉싸래한 도로리묵의 맛을 중화 시켜 후루룩 넣어간다.

이번에는 정여사가  홍어무침이 먹고 싶다고 하여, 홍어무침도 살콤작 달콤작하게 무쳐 준비했다.


제일 먼저, 삼겹살 수육을 만들었다. 보통 집에서 삶아 먹는 수육이 아니라, 팬에 튀기는 쪄내는 수육인데, 겉은 크리스피 하고, 안은 촉촉해서 바베큐 장작구이 맛이 나는 나만의 시그니처 메뉴이다.


두번째는 오징어 파전이다. 오징어와 부추를 듬뿍 넣어서 기름에 끓이는 부치는 바삭한 전이 특징이다.

세번째 메뉴는 아이들을 위한 불고기 잡채이다. 기존 불고기 양념에 채소를 듬뿍 넣어 볶다가 마지막에 불린 당연을 넣어서 먹으면 불고기 전골과 불고기 볶음 사이 그 어딘가 쯤에 있는 맛이 난다.


나머지는 간단한 반찬 들이다.

명태 강정, 콩나물, 무생채, 김치, 토란대 나물, 크래미 냉채 등등을 곁들임 반찬으로 내어 놓았다.

그 중 크래미 냉채는 샐러드를 대신하는 개념으로 만들어 놓았다.

채썬 오이에 크래미를 잘게 찢어 식초, 설탕, 소금 참기름을 넣어 조물 조물 하면, 상큼하고 짭조롬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개운한 맛을 준다.


마지막으로 알탕은 맛집에서 사왔다. 언니네 동네에 맛집인데, 행사가 있을때마다 그 집에서 포장해 온다. 포장해온 요리에 마늘과 약간의 간을 더해 우리집 스타일로 맛을 잡는다.


반찬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는데, 차려 놓고 보니, 생각보다 반찬이 많아서 상이 그득해 보였다.

역시 나는 정여사의 딸이 맞는가 보다! 손이 커도 너무 크니까 말이다.

가끔 정여사가 내게 말한다.

"니가 나를 닮았는데, 아무래도 니가 나보다 손은 더 큰거 같다!"


여기에 아들이 할머니 생신 선물로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멍게 한 접시를 사왔다. 이번주 용돈을 털어서 딱 한접시만 할머니께 선물을 했다.

아빠와 같이 횟집에 가서 부끄러워 제대로 말도 못하고 아빠만 처다봤을 아들을 녀석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정여사는 그런 손주의 마음이 이쁘고 고마웠는지, 순식간에 한접시를 다 먹었다.


모두가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뱃속에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다들 배를 쓰다듬었다.

그때, 언니가 하이볼을 제조해서 한잔씩 내어주었다. 그렇게 배불렀는데도 이상하게도 술은 들어갈 자리가 있었다. 달달한 하이볼에 레모즙이 더해져 꿀꺽 꿀꺽 잘도 넘어갔다.


한잔씩 먹으면서 지난날의 추억들이 한가지씩 소환되었다. 시집가기전에 인도여행 갔던 이야기, 하와이 신혼여행이야기, 언니들 대학때 수영장 다니던 이야기, 남편이랑 연예할때 이야기, 돌아가신 정기옥 할머니 이야기 등등 이야기가 끝도 없이 나왔다. 우리는 웃다가 얼굴이 벌개지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하고, 마지막에는 너무 웃겨서 울기도 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그랬다. 지금 이순간에 행복한 기억이 하나하나 모여 큰 행복을 이루는 거라고 했다. 한번에 큰 부를 이루거나, 큰성공을 이루는 것은 한 순간의 행복으로 끝이나서, 이루고 나면 공허해 진다고 한다.

오늘 있었던 옛날에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되는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 그리운 사람들 이야기, 따뜻했던 교감들이 하나로 모여서 순간의 작은 행복을 이루고, 이 행복이 쌓여서 우리를 이어주는 큰 행복이 되리라는 것을 너무 잘 알 것 같은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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