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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와 마주한 친구

닭갈비를 먹으면 우정을 다진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 오늘 만나는 거 맞지?"

"맞지요~~"

내게는 소중한 친구가 있다. 고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우연히 한동네에 살게 되었다.

각자 결혼해서 연락도 제대로 못하고 살다가, 정말 우연히 싱가포르에서 다시 만나 인연이 이어진 친구인데, 놀랍게도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게다가, 딸들도 나이가 똑같아 서로 공유하는 게 엄청 많았다. 

친구는 본받을게 많은 친구다. 일단, 체력과 멘털이 강하다. 마라톤으로 다져진 체력과,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다. 나도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가끔 나약해지는 나에게 위로와 응원을 한가득 보내주는 친구이다. 


그런 친구가 근처 이긴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한동네에 살아도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이사를 간다는 소식에 몸시도 쓸쓸했다. 그녀에게는 좋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예전처럼 자주 못 보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요즘 소식이 없어서, 전화를 해봤다고 하자, 고맙다며, 그간의 여러 가지 고민을 말해 주었다.

내가 보기에는 잘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녀는 늘 더 좋은 것은 없는지, 그녀의 제자들에게 더 잘해 줄 것은 없는지 고민한다. 열의가 넘치고 따뜻한 선생님이다. 어쨌든 그녀와 통화를 마무리하며, 주말에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둘만의 데이트를 약속을 잡았다. 주말이 오기를 기다리며, 날짜가 다가 올 수록 설레었다.


그녀와 처음 만나서 간 곳은 동네에 오래된 노포 닭갈비 집이다. 간판에서부터 노포의 흔적이 느껴진다. 자리에 앉자마자 마주한 동그란 대형 철판에서 포스가 느껴진다. 2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수다가 이어진다. 잠시 후, 달구어진 철판 위에 생야채와 양념에 버무려진 닭갈비가 촤르륵 익어간다. 사장님께서는 숙련된 자세로 철판에 닭갈비를 볶아주신다. 그리고, 닭갈비를 하나 집어 들었다.

맵지도 않고, 짭조름하면서도 깻잎에 감싸진 닭갈비의 맛은 과하지 않고, 담백하다. 닭갈비에 정신이 팔린 나는 접시에 닭갈비를 올려놓고, 철판에 있는 닭갈비를 또 집어 먹었다. 너무 맛있는 반증이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우동 사리가 나왔다. 세상에 우동 사리를 잘 먹지 않았는데, 한데 어울러는 맛이 라면이나 쫄면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오동동한 우동면발은 고구마와 어울러져, 입안에서 하모니를 이루어 춤을 춘다. 그리고, 다음은 대망의 볶음밥이다.

남은 닭갈비와 야채를 잘게 썰고, 김가루와 함께 빠르게 볶아지는 밥이, 빨간 고추장 옷을 입는다. 이윽고, 적당히 익어진 볶음밥을 호호 불어가며, 한입 떠먹는다. 고슬고슬하면서도, 크런치한 볶음밥이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주위를 돌아보니, 어느새 가게 안에 손님이 가득하다.

친구의 말로는 배달도 하지 않은데, 포장을 하면 그 자리에서 사장님이 철판에 볶아 바로 포장해 주기 때문에 배달은 감당을 못 할 거라고 했다. 왜 이 집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노포 맛집인지 알 것 같았다. 


밥도 잘 먹고, 끝없는 수다로 즐거웠던 우리는 서로를 응원하며, 헤어졌다. 늘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친구가 있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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