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드라마를 꼽으라고 하면, 지체 없이 "나의 아저씨"라고 말할 것이다. 드라마가 끝나도, 드라마에서 나오지 못해 몇 번이고 다시 보기를 했던 드라마이다. 그때는 극 중에 나오는 후계동에 살고 싶었고, 매일 극 중 정희네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정희네에서 모두가 다 같이, "후계! 후계! 잔을 비후계!"이 장면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지금이라도 집 근처를 찾아보면, 있을 것 같은 후계동 골목길 작은 술집에서, 모두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정희네는 정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판타지에 가까운 이 드라마가 꼭 현실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또,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실제 가족이나 친구들 같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배우들의 연기와 합도 좋았지만,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 때문이다.
특히나, 극 중 박동훈 과장의 대사는 배우의 음성과 함께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인간 다 뒤에서 욕해! 친하다고 욕 안 하는 줄 알아? 인간이 그렇게 한 겹이야?
나도 뒤에서 남 욕해! 욕하면 욕 하는 거지!"
"네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네가 심각하게 생각하면 남들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모든 일이 다 그래! 항상 네가 먼저야! 모든 일이 다 그래!"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하게 살 거야!"
내가 대본집을 보면서 자주 공감했던 대사들이다. 오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배우가 그토록 절절히 연기했던 대사들인데, 한 번만 더 대사를 생각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나는 실망감이 분노가 되어 비난하기 바빠, 얼마나 힘들었을지 깊이를 이해할 수 없었을 거다. 그리고 나도 그 뉴스의 소비자이고, 가해자였을지 모른다. 앞으로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프고 미안하다. 부디 그곳에서는 평안함에 이르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