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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참치마요

이른 저녁을 먹은 아들이 말했다.

"엄마! 배고파! " 하면서, 찬장에 있는 참치캔을 꺼내든다.

"아우! 지금 먹으면 제대로 못 잘 텐데..."

"엄마! 배고파서 못 잘 거 같아"

배고프다는 아들을 참아 내치지 못 한 나는 알겠다고 했다.


참치캔을 뜯어, 찬물에 살짝 씻어낸다. 참치 통조림 속에 있는 독소는 뚜껑을 10분 정도 있으면 휘발성이라 날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체에 걸러 한번 빠르게 씻어낸다.

사실 안 먹는 게 가장 좋기는 하지만, 참치마요 삼각 김밥을 참기란 쉽지가 않으니, 최대한 노력해 본다.

물기를 뺀 참치에, 마요네즈를 넣어서 비벼 둔다. 뜨거운 밥을 볼에 담고, 참기름과 깨소금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하며, 준비한. 이제 삼각김밥 틀에 준비한 미밥을 넣고, 참치마요를 살짝 깔아주고, 그 위에 다시 미밥을 덮는다. 그리고, 틀을 눌러주면, 삼각 김밥 형태가 나타난다. 그리고, 김밥용 김을 반을 잘라서, 손으로 먹기 좋도록 감싸 주면 완성이다.

따뜻한 밥에, 김이 촤악 달라부터, 비주얼이 그럴듯하다. 아들은 소리를 지르며, 열심히 먹기 시작한다. 급하게 먹으면 체할 거 같아서, 천천히 먹으라고 했지만, 순식간에 3개 모두를 다 먹어 치운다. 잘 먹었다며, 내 어깨를 두드린다.


순간, 이제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성인처럼 느껴졌다. 학교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공좀 던져 달라고 소리치는 아들이 이제는 어느새 청년처럼, 엄마에게 고마움도 표현한다는 것이 낯설었다. 그러나, 이제 슬슬 아들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거리를 둔다는 것이 꼭 멀어진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아들은 곧, 친구들이 전부가 될 것이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 생각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것이며, 자신만의 비밀이 생기며, 엄마와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그때를 위해, 서서히 아들을 독립시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시기가 멀지 않음을 직감한다. 한밤중에 즐겁게 삼각 김밥을 먹는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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